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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국방부 문건 사흘전 돌았다···‘거리두기 완화’ 유출 의혹

중앙일보

입력

국방부 “휴가 민원 쏟아져 사전의견 받은 것” 

국방부가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조정안 발표 전인 지난 8일 예하부대에 e-메일로 보냈다는 문서. 국방부는 이 문서에 대해 "정식 공문이 아닌, 의견수렴용 문서"라고 설명했다. [사진 독자]

국방부가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조정안 발표 전인 지난 8일 예하부대에 e-메일로 보냈다는 문서. 국방부는 이 문서에 대해 "정식 공문이 아닌, 의견수렴용 문서"라고 설명했다. [사진 독자]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낮추는 방안을 공식 발표하기 전에 해당 내용을 담은 국방부 문건이 온라인 상에서 돌아 외부 유출 의혹이 일고 있다.

정부, 11일 거리두기 1단계 완화 발표 #국방부, 사흘 앞선 8일 유사문서 하달 #“부대 의견수렴용…정식공문 아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지난 8월 중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재확산되자 사회적 거리두기를 2단계로 올린 후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단계를 조정해가고 있다. 정부의 거리두기 단계 조정은 중대본의 공식 발표나 이를 기사화한 언론보도 전에는 외부에 공개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지난 11일 오후 정부가 거리두기를 1단계로 완화하는 내용을 발표하기 이틀 전에 이 내용이 담긴 국방부 문서가 외부로 공개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9일 오후 페이스북 ‘국방부 대신 전해드립니다’ 페이지에는 “사회적 거리두기 조정 관련 국방부 공문을 입수했다”며 “1단계 완화, 10월 12일부로 휴가 정상시행”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10일 오전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 페이지에도 “12일부로 휴가를 정상 시행한다”며 “자세한 공문 내용은 네이버 카페에서 확인 가능하다”는 내용의 글이 게시됐다.

[사진 페이스북 캡처]

[사진 페이스북 캡처]

 중앙일보가 입수한 해당 문서에는 ‘추석 연휴 특별방역기간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 조정 관련 부대관리 지침 시달’이라는 제목 아래 전국 2단계 조치 해제, 1단계로 완화, 10월 12일 부로 휴가 정상시행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문서의 관련 근거 란에는 당시 시점에선 발표되지 않은 ‘중대본 언론발표 결과(20.10.11)’라고 쓰여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각 부대에 정식 공문으로 하달된 지침은 아니고 이렇게 거리두기가 조정될 경우 의견을 달라는 차원에서 부대 의견 수렴용으로 문서행위(정식 공문) 비슷하게 만들어 지난 8일 e메일로 예하부대에 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12일 아침 휴가를 나가는 장병도 있어 적시에 지침을 주기 위한 것이었다”며 “하루 늦게 지침이 나가면 개인 민원이 상상 못하게 많이 들어온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11일 정부 발표 이후 부대에 보낸 정식 공문과 비교해 큰 지침은 달라지지 않았지만 세부 단서조항 등은 달라진 점이 있다”며 “8일 보낸 문서는 국방부가 자체로 예상해 만든 것이지 정부가 사전에 지침을 준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 측은 “내부 문서가 외부로 나간 것은 유감”이라며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방부 측은 말단 부대까지 단계적으로 문서를 하달하는 과정에서 빠른 의견 수렴을 위해 내부 인트라넷이 아닌 카카오톡 등으로 문서를 보내는 과정에서 해당 문서가 유출된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어느 부대까지 문서가 전파됐는지 알 수 없는 데다 비밀문서가 아니어서 유출자를 식별해도 처벌하기는 모호하다는 입장이다.

정부의 추석 방역지침 발표가 있기 전인 지난달 23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유된 문서. 한 지자체 관계자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지자체와 회의에서 사용한 문서이며 확정된 안은 아니라고 밝혔다. [독자 제공]

정부의 추석 방역지침 발표가 있기 전인 지난달 23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유된 문서. 한 지자체 관계자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지자체와 회의에서 사용한 문서이며 확정된 안은 아니라고 밝혔다. [독자 제공]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조정과 관련된 문서 유출 의혹은 일선 지자체에서도 일고 있다. 정부의 추석 방역지침 발표가 있기 이틀 전인 지난달 23일쯤에는 한 지자체 공문이라는 문서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유됐다. 이 문서에는 ‘수도권 고위험 11종은 10월 11일까지 집합금지를 지속 적용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정부가 같은 내용의 발표를 한 지난달 25일보다 이틀 앞서 벌어진 일이었다.

 이 지자체 관계자는 지난달 23일 당시 “이 문서는 중대본이 23일 지자체와 회의에서 의견을 묻기 위해 사용한 것으로 확정된 내용은 아니었다”라고 설명했다.

최은경 기자 choi.eu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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