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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잠 자느라 노벨상 소식 놓친 경제학자의 뜻밖의 반응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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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로버트 윌슨 스탠퍼드대 교수. [윌슨 홈페이지]

2020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로버트 윌슨 스탠퍼드대 교수. [윌슨 홈페이지]

“누가 폴 좀 깨워봐!”  

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스탠퍼드대의 로버트 윌슨(83) 교수는 11일(현지시간) 노벨위원회의 수상자 선정 전화를 받고 이렇게 외쳤다고 한다. 공동 수상자이자 자신의 제자인 폴 밀그럼(72) 스탠퍼드대 교수의 전화기가 꺼져 있다는 위원회 측의 얘기를 듣고서다. 밀그럼 교수는 잠을 푹 자기 위해 전화기를 꺼놓은 상태였다고 한다.

윌슨 교수는 수상자 발표 직후 노벨위원회와의 전화 통화에서 “우리집에서 폴의 집까진 40m 정도 떨어진 이웃사촌”이라며 “바로 달려가 문을 두드리고 소식을 전했는데, 마치 (전화기가 없던) 19세기 같은 상황이었다”며 웃었다.

꿀잠에서 깨고 소식을 들은 밀그럼 교수의 반응은 어땠을까. 축하한다는 윌슨 교수의 말에 자신만 받았다고 오해한 뒤, 이렇게 되물었다고 한다. “왜 (윌슨 교수는 아니고) 나만 받은 거지요?” 윌슨 교수는 노벨위원회에 “마음이 따뜻해지는 반응이었다”고 전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 소식을 꿀잠 자느라 놓친 폴 밀그럼 스탠퍼드대 교수. [밀그럼 홈페이지]

노벨경제학상 수상 소식을 꿀잠 자느라 놓친 폴 밀그럼 스탠퍼드대 교수. [밀그럼 홈페이지]

밀그럼 교수는 수학을 전공한 뒤 보험 계리사로 일하다 스탠퍼드대에서 통계학으로 석사, 경영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 과정에서 알게 된 윌슨 교수가 평생의 은사가 됐다. 윌슨 교수는 밀그럼에게 “경제학 박사를 공부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고 한다. 밀그럼 교수는 윌슨 교수 지도 하에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경제학자의 길을 걸었다.

윌슨 교수는 “나는 전통적인 방식의 경제학자인 반면 폴은 혁신적인 사고 방식을 갖고 있다”며 “마켓 디자인과 경매 연구에서 나는 항상 폴이 이끄는 연구에 참여한다고 생각했고, 그런 폴이 자랑스러웠다”고 말했다.

윌슨 교수가 밀그럼 교수와 함께 고안한 동시 다중 라운드(simultaneous multiple round) 경매는 여러 단계의 입찰 과정을 거치며 경쟁자들이 상대방의 입찰가에 대한 정보를 가늠해볼 수 있도록 고안한 제도다. 이 과정에서 낙찰자가 불안한 마음에 너무 높은 가격을 써내서 ‘승자의 저주’에 빠지거나, 너무 낮은 가격에 낙찰이 이뤄져 정부나 국민이 손해를 입는 것을 방지했다. 윌슨 교수는 노벨위원회에 “우리는 경매에 나온 재화를 가장 소중히 여기는 사업자가 낙찰을 받는 시스템을 고안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밀그럼 교수를 포함해 2012년 수상자인 앨빈 로스와 2016년 수상자인 벵트 홀름스트룀 모두 윌슨 교수의 제자다. 노벨위원회는 "윌슨 교수는 본인뿐 아니라 제자 중 3명이 노벨상을 받은 '노벨 해트트릭'을 기록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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