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에 줄폐사, 호우땐 한우 폐사…코로나19 속 ‘금값’ 된 전복

“팔 수 있는 전복이 없어서 1000만원 어치 예약 주문을 어쩔 수 없이 취소했습니다.”

전복 양식·유통업자 “추석 때 웃돈 줘도 못 구해” #8~9월 태풍 ‘바비’와 ‘마이삭’ 지난 후 전복 폐사 #코로나19 여파 ‘비대면 선물’로 택배 주문 늘어나

 지난 8일 전남 완도군의 한 전복 양식장. 전복 양식 및 유통업을 하는 최기철(55)씨는 “완도군 전체를 뒤져도 전복 물량을 찾지 못해 추석을 앞둔 대목을 망쳤다”고 말했다. 이번 추석 때 벌어진 전복 품귀로 인해 양식업자나 유통업체 모두 손실을 봤다는 말이었다. 완도는 국내에서 생산되는 전복의 80%가량이 생산되는 최대 산지다.

웃돈 주고도 못 구하게 된 전복  

8일 전남 완도군의 한 전복 양식장에서 어민들이 전복을 골라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당초 완도 전복 양식업자와 유통상인들은 올해 추석을 앞두고 인기 품목인 6미(약 12㎝·165g)짜리 전복 1㎏당 7만원 정도에 팔릴 것으로 예상했다. 최씨의 경우도 명절마다 팔아왔던 전복 물량이 10t 수준으로 이 중 6~10미의 ‘대복’이 70~80%를 차지해왔다.

 하지만 올해 추석은 양식업자와 유통상인들의 예측이 크게 빗나갔다. 두 차례에 걸친 태풍 후 전복이 줄줄이 폐사한 데다 완도 전복에 대한 수요 또한 과거 명절보다 크게 늘어서다. 최씨는 “팔 전복이 없으니 미리 받아놨던 예약 주문을 소화하지 못할 지경이 되면서 이미 받은 돈을 환불해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최씨는 “대부분 11~15미(약 7~9㎝) 중대복들을 추석 전보다 가격이 약간 오른 4만3000원대에 팔긴 했지만, 단가가 높은 대복은 아예 팔지를 못해서 추석 대목 특수를 날렸다”고 했다.

2차례 들이닥친 태풍에 대복 폐사

전남 완도군에서 전복을 양식·유통하는 최기철씨가 6미짜리 대복과 크기가 작은 다른 전복을 비교해보이고 있다. 전복 양식어가들은 "통상 명절을 앞두고는 대폭을 팔아 수익을 올리는 데 올해는 태풍 여파로 상당 부분 폐사해 수익이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프리랜서 장정필

 양식업자들은 올해 완도 대복이 품귀현상을 빚은 가장 큰 원인으로 연거푸 들이닥친 태풍을 꼽았다. 전복 양식장마다 명절이 다가오기 전부터 대복으로 내다 팔 전복을 선별해 양식장에서 키우는데 추석을 앞두고 꺼내보니 30% 이상 죽어있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완도 양식업자들은 기존에 많이 팔았던 대복 대신 11~15미의 중대복들로 판매량의 70~80%를 채웠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완도군은 즉각 판매 동향 파악에 나섰다. 조사 결과 이번 추석에는 전복을 유통하는 업체들은 물론이고 산지 양식장에서조차 전복이 없어서 못 파는 상황이 벌어졌다.

코로나19에 택배 늘어난 영향도

전남 완도군 전복 양식장 전경. 프리랜서 장정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택배 주문이 크게 늘어난 것도 품귀 현상에 한몫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완도지역 농수특산물을 택배로 판매하는 쇼핑몰인 ‘완도군이숍’을 통해 올해 추석 때 들어온 전복 주문은 1824건에 달했다. 지난해 추석 때(892건)보다 61%가 늘어난 양이다. 완도군은 우체국 택배를 이용한 전복 발송 건수도 지난해 추석보다 약 6만건 증가한 18만1000여 건에 이른 것으로 집계했다.

 완도산 전복은 지난 8월 5일부터 8일까지 이어진 집중호우 여파로 한우의 대체 선물로 주목받기도 했다. 전남 구례지역에서만 한우 700여 마리가 물에 빠져 폐사하는 등 소고기 가격이 올라서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1등급 한우 등심 소비자가격은 지난달 7일 1㎏당 9만9845원이었지만, 추석을 앞둔 같은 달 25일에는 1㎏당 10만4894원까지 뛰었다.

 완도군 관계자는 “이번 전복 품절 현상은 태풍 후 폐사가 잇따른 가운데 코로나19 확산을 막으려고 추석 때 가족·지인과 만남을 줄이는 대신 택배로 선물을 보내는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완도=진창일 기자 jin.changi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