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부양 협상테이블 엎어버린 트럼프…펠로시 "약 부작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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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자신의 코로나19 치료 경험에 대해 말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자신의 코로나19 치료 경험에 대해 말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입원 치료를 받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으로 돌아온 지 하루 만에 민주당과의 추가 경기부양안 협상을 중단시켰다. 협상 대신 벼랑 끝 대결을 택한 것이다.

"대선 승리하면 다시 협상, 대법관 인준에 촛점"

트럼프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트위터에 "나는 협상팀에 대선 이후까지 부양안 협상을 중단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돌발적인 지시에 이날 미국 증시는 하락 마감했다.

그는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을 지목해 "우리가 1조6000억 달러의 아주 너그러운 협상안을 제시했지만 그는 코로나19와 관련 없이 돈을 쓰는 2조4000억 달러의 협상안을 내세우며 협조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내가 (대선에서) 승리하면 열심히 일하는 미국인과 소상공인에 초점을 맞춘 대규모 경기부양안을 통과시킬 것"이라며 "나는 미치 매코낼 상원 원내대표에게 시간을 끌지 말고 연방대법관 지명자 에이미 코니 배럿 인준에 완전히 초점을 맞춰 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부양안보다 배럿 인준이 낫다고 판단한 듯

에이미 코니 배럿 연방대법관 지명자.[로이터=연합뉴스]

에이미 코니 배럿 연방대법관 지명자.[로이터=연합뉴스]

매코낼은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수긍한다며 "(대통령은 협상에서) 결과가 나오지 않을 것 같지 않으니 성취할 수 있는 사안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불확실한 추가 부양안보다 배럿 대법관 후보 인준 청문회를 무사히 마무리하는 데 전력을 집중하겠다는 뜻이다.

공화당과 민주당은 약 5개월 가까이 추가 부양안 협상을 끌어왔다.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였던 지난 3, 4월 총 3조 달러에 달하는 1~4차 부양안을 통과시켰지만 5차 부양안을 놓고 수개월째 줄다리기를 해왔다. 급기야 지난달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지난 3월에 내놓은 경기 부양 지원금이 바닥나고 있다"며 "추가 지원에 나서지 않으면 대출을 갚지 못해 집에서 쫓겨나는 사람들이 생길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2일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감염이 확인돼 매릴랜드주 월터 리드 군병원에 입원하면서 한때 부양안 타결 기대감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은 이날 "(트럼프의 입원으로)상황이 바뀌었다"며 "우리는 길을 찾을 것이고 협상에 매우 낙관적"이라고 말했다. 공화당 소속 미치 매코낼 상원의원도 협상 전망에 대해 "긍정적"이라고 말한 바 있다.

펠로시 "트럼프, 스테로이드 때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오른쪽)이 지난 8월 추가 경기부양안 협상 과정에 대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오른쪽)이 지난 8월 추가 경기부양안 협상 과정에 대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파월 의장은 협상이 좌초하기 전날에도 추가 지원책을 집행하지 않으면 경기가 파국을 맞을 수 있다고 강하게 경고했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을 엎어버린 것을 두고 공화당 내에서도 비판이 나오고 있다.

공화당 소속 존 카트코(뉴욕) 하원의원은 트위터에 "나는 대통령에게 동의하지 않는다"며 "생명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구호 지원책 협상을 중단할 여유는 없다"고 말했다.

펠로시 의장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국가 전체를 희생할 수도 있다는, 그의 진정한 면모를 확인 수 있는 결정"이라고 트럼프 대통령을 맹비난했다. CNN은 펠로시 의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투여했다는 스테로이드 약물이 그의 생각에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닌가' 라는 의구심을 보이기도 했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앞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투여한 덱사메타손의 부작용에 대해 보도하며 과도한 행복감과 기분 변화, 정신적 혼란 등 다양한 부작용이 발현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퇴원 직후 "20년 전보다 기분이 더 좋다"고 말한 것을 언급하기도 했다.

지지율 격차 다시 벌어져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AF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AFP=연합뉴스]

지난달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를 6%포인트까지 좁히며 바짝 추격하던 트럼프 대통령은 1차 TV토론과 코로나19 감염 사실이 알려진 뒤 진행된 조사에선 다시 바이든과의 격차가 10%포인트대로 벌어졌다.

1차 토론 이후 진행된 월스트리트저널(WSJ)과 NBC와 공동 조사(9월 30일~10월 1일)에서 바이든의 지지율은 53%,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39%로 14%포인트 차이가 났다. 9월 같은 조사에서 두 후보 간 격차는 8%포인트였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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