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규제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 개정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자 여야가 일제히 재계 달래기에 나섰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6일 오전 서울 대흥동 한국경영자총협회를 찾아 손경식 회장 등 재계 인사들과 간담회를 갖는다. 기업규제3법에 대한 재계의 의견을 청취하는 자리다. 재계에서는 이인용 삼성전자, 공영운 현대자동차, 장동현 SK㈜, 황현식 LG유플러스, 오성엽 롯데지주 사장과 김창범 한화솔루션 부회장 등 6대그룹 사장단이 참석한다. 이 대표는 지난달 22일 국회를 찾은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에게 “공정경제 3법(민주당에서 ‘기업규제3법’을 지칭하는 말)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관련 분야의 의견을 듣겠다. 당연히 그 일환으로 경제계 의견을 듣는 과정을 거치겠다는 약속 드린다”고 말했다.
민주당 국가경제자문회의 의장인 김진표 의원과 기업인 출신인 양향자 최고위원도 간담회에 동석할 예정이다. 김 의원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기업규제3법과 관련해 “절대 서두를 일이 아니다”라며 속도조절론을 주장했다. 양 최고위원도 “3법은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면서도 “단언컨대 공론의 과정에서 경제계가 소외당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제 위기 속에 기업규제3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이중고를 겪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6일 만남을 계기로 민주당이 법안 내용 수정에 전향적인 입장을 보일지가 주목된다. 민주당은 이미 기업규제3법의 정기국회 내 통과를 목표로 내세운 상황이다.
한편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5일 “공정경제3법과 노동관계법을 함께 개정하자”고 제안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새 당사에서 열린 첫 비대위회의에서 “코로나 사태 이후 경제ㆍ사회 전 분야가 새로운 변화 가져오지 않으면 안 된다. 공정경제3법 뿐 아니라 노사관계, 노동법 관계도 함께 개편해달라는걸 정부에 제안한다”고 말했다.
노동관계법 개정 방향에 대해서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발표에 보면 우리나라 고용률은 141개국 중 102번째, 노사관계는 130번째, 임금의 유연성은 84번째다. 후진국 수준”이라며 고용·임금 유연성 강화에 초점을 맞출 것을 시사했다. 그러면서 “코로나 사태 이후 사회의 여러 현상이 변화해야 하는데, 성역처럼 돼 있는 게 우리나라의 노동법 관계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4차산업 전환 과정에서 엄청난 마찰이 예상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기업규제3법과 노동관계법의 연계 가능성은 부인했다. “공정경제3법은 그거대로 하는 거고, 노동법은 따로 개정을 시도하자는 것”이라는 게 김 위원장 설명이다. 그럼에도 기업규제3법에 대해 찬성 입장을 밝혀온 김 위원장이 노동관계법 개정까지 들고 나온 건 다목적 카드라는 관측이 나온다.
먼저 정부·여당을 향해서는 이슈선점 효과를 노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재벌개혁 못지 않게 노동개혁도 시급하다는 주장은 오래전부터 정치권에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내용이다. 그러나 노동계를 정치적 우군으로 둔 여권 입장에선 꺼내기 굉장히 부담스러운 이슈다. 실제 김 위원장의 제안 직후 노동계는 “쉬운 해고와 임금 삭감을 개혁이라고 불렀던 ‘도로 박근혜 정당’에 다름 아니다”(한국노총)라고 반발했다. 노동개혁 이슈는 야당이 주도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아젠다인 셈이다.
또 당내 보수 강경파의 ‘좌클릭’ 우려를 가라앉히는 효과도 노린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이 경제3법 찬성 의사를 밝히자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시장 경제를 지지하는 정당답게 근본적 고민을 하라. 당 노선을 바꾸려는 것이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한영익·하준호 기자 hanyi@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