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슈워제네거 주지사 당선] "알통 대신 머리 보여주겠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6면

7일 실시된 미국 캘리포니아 주지사 소환투표는 대형 할리우드 쇼 같은 풍성한 화제를 낳았다.

○…후임 주지사로 당선된 오스트리아 출신 영화배우 아널드 슈워제네거는 명문가 출신 아내 마리아 슈라이버에게 당선의 많은 신세를 졌다. 슈라이버는 슈워제네거가 무명의 보디빌더에서 할리우드 액션배우로, 또다시 정치인으로 변신을 거듭하는 동안 그의 제일 중요한 후원자였다.

외신들은 슈라이버가 민주당의 정치명문 케네디가(家) 출신이면서도 남편은 공화당이어서 이번 선거에서 집안의 냉대를 받았으며 이를 무릅쓰고 NBC방송 앵커를 휴직하면서까지 유세에 발벗고 나섰다고 전했다. 슈라이버는 초년병 기자 시절인 21세 때 보디빌딩 챔피언인 슈워제네거를 만났다.

그녀의 모친은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과 로버트 F 케네디 전 법무장관의 누이다. 부친인 서전트 슈라이버는 1972년 대통령후보 조지 맥거번의 러닝메이트로 부통령에 출마했었다. 슈라이버의 삼촌인 테드 케네디는 매사추세츠주 민주당 상원의원이고 사촌 패트릭 케네디 역시 로드아일랜드주 출신 하원의원이다.

*** 성희롱에도 여성 지지 높아

○…선거운동 막판에 슈워제네거가 30년간 여러 명의 할리우드 여성들을 성희롱했다는 스캔들이 터져나왔지만 선거결과는 이것이 별 영향을 주지 못했음을 보여주었다. 여성 투표자들은 남성(49%) 유권자 못지 않게 슈워제네거에게 42%의 높은 지지율을 보여주었다. 2위는 37%였다. 캘리포니아 유권자들은 신임 주지사 슈워제네거가 근육 대신 어떤 '머리'를 보여줄지 벌써부터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슈워제네거 진영은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투표가 끝나기 수시간 전부터 슈워제네거 진영은 선거본부에서 얼음 위에 샴페인을 붓고 있었으며 선거캠프 간부들, 국내외 기자들, 지지자들 수백명이 '센추리 플라자 호텔'에서 그가 등장하기를 기다렸다. 일본 니혼 TV의 다쓰라 나카에는 "영화 속의 슈워제네거를 좋아하는 일본인들이 정말로 많다. 이 때문에 일본인들은 이번 선거에 큰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 민주 "취임 땐 리콜할 것"

○…캘리포니아의 대표적인 소수계이면서도 인구는 많은 히스패닉.아시아인은 저조한 투표율을 보였다. 출구조사 결과 투표자는 백인 69%, 히스패닉 17%, 흑인 7%, 아시아인 3%였다. 히스패닉 32%, 아시아인 12%라는 인구분포와 큰 차이다.

한편 이번 선거를 계기로 소환선거가 남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개표 초반 흥분한 민주당 지지자들은 "슈워제네거가 취임하면 당장 우리도 소환선거에 나서자"고 주장하기도 했다.

워싱턴=이효준 특파원, 외신종합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