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워제네거, 레이건과 닮은 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6면

캘리포니아 주지사로 새로 당선된 아널드 슈워제네거의 경쟁자는 이제 그레이 데이비스 전 주지사가 아닌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이다.

공화당인 레이건은 1937년부터 20여년간 53편의 영화에 출연했으며 66년부터 캘리포니아 주지사를 연임했다. 공화당-배우-주지사까지는 슈워제네거와 닮은 꼴이다.

영화계에서 정계로 변신하는 과정에서 배우로서의 대중적인 인지도와 TV 등 미디어를 노련하게 이용할 수 있었던 점, 반대로 인지도 때문에 부담스러울 정도의 언론의 관심과 비판을 견뎌내야 했던 점도 비슷하다.

그러나 슈워제네거는 미국서 태어나지 않아 대선 출마자격이 없다는 점이 레이건과 크게 다르다.

또 언론들은 슈워제네거가 레이건처럼 공화당 혹은 정치적 보수주의를 부흥시킬 것을 기대하기에는 이르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슈워제네거가 레이건에 비해 정치적인 훈련이 덜 됐을 뿐 아니라 당과 보수주의자들 내에서 정치적 입지도 약하다는 지적이다.

레이건은 정치 입문 전 할리우드 배우 노조위원장을 하면서 훈련을 쌓았다. 레이건은 64년 공화당 대선 후보인 배리 골드워터가 낙선한 후 레이건은 주목받는 공화당원이 됐으며 곧 지사에 당선됐다.

반면 슈워제네거는 소환투표 덕분에 거의 갑자기 기회를 얻은 공화당 내 아웃사이더다. 그는 공화당이 반대하는 낙태권과 동성애를 옹호하며 "캘리포니아의 진보성을 되찾아야 한다"고 천명하는 등 중도파적인 성향을 보여 왔다.

윤혜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