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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혜걸의 의학프리즘] 새해엔 꼭 금연·운동하길

중앙일보

입력

'걸어다니는 병동'.

필자가 알고 있는 K씨의 별명이다. 복부 비만과 고혈압에 당뇨까지 앓아온 K씨는 수년전 설상가상으로 허리 디스크까지 생겼다.

시름에 찬 K씨를 구출한 것은 걷기다. 퇴근 후 집 근처인 서울 양재천변을 1시간씩 걸으면서 그는 놀라운 속도로 달라졌다.

약을 먹지 않아도 혈압과 혈당이 정상 수치로 떨어졌고, 디스크로 인한 요통은 수술을 받지 않았는데도 좋아졌다. 허리 근육이 강화되면서 요통이 사라진 것이다.

평소 속이 쓰려 병원을 찾았다가 조기 위암 판정을 받은 L씨. 암이란 말에 놀랐지만 조기 위암은 수술로 95% 완치할 수 있다는 의사의 이야길 듣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러나 수술 준비에 들어간 L씨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릴 들었다. 폐기능 검사 결과 폐활량이 정상인의 절반 이상으로 떨어져 수술이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30년간 매일 한갑씩 담배를 피운 결과 기도(氣道)가 좁아졌던 것.

폐 기능의 유지는 수술을 위해 가장 중요한 필요조건이다. 감기만 걸려도 수술 일정이 취소될 정도다.

새해를 맞아 건강에 남다른 각오를 하는 분들이 많으리라 믿는다. 고가의 헬스클럽 회원권이나 보약을 구입하기도 한다.

명의에게 특별한 비방을 구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건강엔 원칙이 있을 뿐 비결은 없다.

건강을 위해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한가지씩만 고른다면 필자는 서슴지 않고 운동과 금연을 꼽는다. 의사의 도움 없이 개인의 노력만으로 확실한 건강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운동을 하지 않고 담배를 계속 피워도 올해를 무사히 넘길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10년 후 당신이 각종 성인병으로 사망할 확률이 서너배 이상 증가한다는 것은 수억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입증된 사실이다.

'아직도 담배를 피우십니까, 아직도 좋아하는 운동이 없습니까'.

연초 진정 건강을 생각하는 분이라면 반드시 되새겨야 할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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