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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차량시위 해산 거부하면, 벌점 40점에 면허정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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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천절 차량 집회를 예고한 보수단체 새로운 한국을 위한 국민운동 회원들이 26일 오후 추미애 법무부 장관 사퇴를 촉구하고 정부의 '반미친중' 정책을 규탄하는 카퍼레이드를 진행했다. 연합뉴스

개천절 차량 집회를 예고한 보수단체 새로운 한국을 위한 국민운동 회원들이 26일 오후 추미애 법무부 장관 사퇴를 촉구하고 정부의 '반미친중' 정책을 규탄하는 카퍼레이드를 진행했다. 연합뉴스

정부의 개천절 '차량 집회 금지' 방침에 야권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개개인이 차량에 탑승한 채로 통행하는 집회를 막는 것은 방역과는 무관한 조치라는 게 야권 주장이다.

28일 장하연 서울경찰청장은 기자간담회를 열고 차량 집회에 대한 엄정 대응 방침을 밝히면서 "교통 경찰관의 정당한 지시에 3회 이상 불응하면 벌점 40점이 부과되고 면허 정지 사유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금지된 장소에 시위 차량이 모일 경우 경찰은 해산명령을 하게 되는데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벌점을 매길 수 있다는 의미다. 또 도로를 망가뜨리거나 장애물을 설치해 교통을 방해하는 '일반교통방해'의 경우 벌점 100점이 부과되며, 운전 당사자가 구속되면 면허는 취소된다.

또 이날 서울지방경찰청은 집회금지구역 외 9대 이하의 차량시위에 대해서도 금지통고를 내린다고 밝혔다. 경찰은 "10대 미만 차량시위가 미신고 불법집회와 결합해 대규모 집회로 변질되거나 이로 인한 감염병 확산 우려가 높아진다고 판단될 경우 금지통고할 방침"이라고 했다. 앞서 경찰은 시위 차량이 '10대'를 초과할 경우 단속하겠다고 밝혔으나, 대규모 집회로 변질될 가능성을 내세우며 사실상 모든 차량 집회를 금지한 것이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지난 25일 운전면허 정지와 차량 견인 등 조치를 강행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 또한 "불법 집회 참여자는 현장에서 즉시 검거하고, 운전면허 정지 등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야, "차량집회, 코로나19 확산과 무관"

야권에서는 정부의 차량 시위 금지 조치가 '무리한 공권력 남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판사 출신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경찰이 (차량 집회에 대해) 이중·삼중 차단을 말하는 것은 이 정권을 비판할 길목을 막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도 "대면 집회는 코로나 확산 우려가 있다지만, 차량 행진까지 막는 것은 방역을 핑계로 공권력으로 폭력을 휘두르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무소속 홍준표 의원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드라이브 스루 집회가 코로나와 무슨 상관이 있나"라며 "법학통론 기초도 모르는 총리 발표를 보니 정권도 저무는 모양"이라고 지적했다.

진보 성향의 시민단체 참여연대도 이날 논평을 내고 정부의 집회금지 대응은 지나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위기 상황이라고 민주주의 기본 원칙의 훼손이 당연시돼서는 안 된다"며 "경찰은 방역이라는 제약 조건에서도 어떻게 집회·시위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을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시위 차량' 운전면허 취소 규정 없어"

실제 법조계에서는 면허취소 등 근거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태규 부산지법 부장판사는 자신의 SNS에 "도로교통법 93조의 운전면허 취소조항에 차량시위가 취소사유가 된다는 직접적인 규정은 보이지 않는다"며 "아무리 상세하게 규정한다고 해도 그런 것까지 예상하고 정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도로교통법 93조는 운전면허 취소·정지사유로 음주운전, 난폭운전, 뺑소니 등 20가지를 정하고 있지만 '시위 참여 차량'은 해당 조항에 언급되지 않는다.

차량 행진 금지 통고 '합당' 판결 나기도

한편 지난 26일, 수원지법 제2행정부는 분당 서현동 주민 범대위가 제기한 '차량 행진 금지 통고 집행정지 신청'에 대해 기각 결정을 내렸다. 경찰의 차량 행진 집회 금지 통고가 합당하다고 본 것이다. 앞서 범대위는 서현동 일대 신혼희망타운 조성 계획을 철회해 달라며 차량 99대를 이용해 행진하겠다는 집회 신고를 냈다.

재판부는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한 중대한 기로에서 차량을 통한 집회라 하더라도 그 준비나 관리, 해산 등 과정에서 감염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질서 유지가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감염 확산으로 인한 피해는 심대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김문수 전 경기지사 등 보수단체 대표들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개천절인 다음달 3일 광화문집회 중단을 선언하고 있다. 뉴스1

김문수 전 경기지사 등 보수단체 대표들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개천절인 다음달 3일 광화문집회 중단을 선언하고 있다. 뉴스1

한편 '카퍼레이드' 집회를 예고한 보수단체 '새로운한국을위한국민운동(새한국)'은 이날 개천절 집회 금지통고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새한국은 기자회견에서 "차량시위는 코로나와 아무런 상관이 없는데, 집회 참여자를 9명으로 제한하고 중구와 종로구는 지나가지도 못하게 하는 것은 헌법 위반"이라며 "금지 통고는 문재인 정권이 헌법을 지키려는 의지가 전혀 없음을 보여주는 조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집행정지 신청이 기각되면 9대씩 20∼30팀으로 나눠 차량 시위에 나설 예정이다.

권혜림 기자 kwon.hyer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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