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대표가 최근 당 초선 의원 일부와 만찬 회동을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 황 전 대표는 지난 4ㆍ15 총선 직후 대표직을 내려놓은 뒤 공개석상에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복수의 당 관계자에 따르면, 황 전 대표는 지난 16일 서울 종로구에 있는 자신의 사무실 인근에서 당 초선 의원 일부와 만났다. 김승수·김희곤·박성민·박수영·정동만·엄태영 의원 등 현역 의원 6명과 황 전 대표의 지인 등이 참석했다. 참석자에 따르면 회동은 황 전 대표의 제안으로 이뤄졌다고 한다.
황 전 대표는 이 자리에서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판이나 총선 과정에서 느낀 아쉬움 등을 주로 토로했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문 정부의 실정이나 정치권의 현 상황에 대해 걱정을 많이 했는데, 내용이나 어조가 매우 진지해 고민이 꽤 많았던 것 같았다”며 “나머지 대화는 선거를 치르느라 고생 많았다거나 당선된 것을 축하한다는 등의 덕담이 주를 이뤘다”고 전했다.
정치 재개와 관련된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다고 한다. 또 다른 참석자는 “그냥 가볍게 식사하는 자리였다”며 “복귀 의사가 있는지, 언제일지 궁금하긴 했지만 그 얘기는 없었다”고 말했다.
당내에선 황 전 대표가 복귀를 위한 몸풀기에 나섰다는 얘기가 나온다. 한 초선 의원은 “최근 황 전 대표가 의원들이나 당 사람들을 많이 만난다고 들었다”며 “머지않아 정치를 재개하고 대선에 다시 도전하겠다는 생각이 아니면 왜 만나겠나”라고 풀이했다.
황 전 대표는 이 회동이 있고 닷새 뒤인 21일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충돌 사건 공판으로 서울남부지법에 출석했다. 이때 취재진과 만나 당 대표직을 내려놓은 후 처음으로 정치적 메시지도 냈다. 그는 “총선 후 5개월간 불면의 밤과 회한의 나날을 보냈다”며“저의 부족함으로 선거에서 패배했고 나라는 더욱 무너지고 약해졌다. 천추의 한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법정에서는 “누군가를 희생양으로 삼을 수밖에 없다면 당 대표였던 나를 처벌해 달라”며 “책임져야 한다면 명예롭게 받아들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당 관계자는 “총선 패배의 아픔을 어느 정도 회복한 것 같았고, 당 의원들을 챙기는 발언도 적극적으로 해서 복귀 의지가 강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다시 당내 세력을 만들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며 “최근에 원외 당협위원장들에 대해 당무 감사까지 하면서 비상대책위원회 중심의 대대적인 물갈이가 진행되고 있지 않냐”고 덧붙였다.
한편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24일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이에 대한 질문을 받고 “감사 결과를 봐야 알겠지만 특별하게 황 전 대표만 지정해서 얘기할 수는 없다”며 “비대위원장이라고 내가 임의로 특정 당협위원장을 교체할 수는 없다”고 답했다.
윤정민ㆍ김기정 기자 yunj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