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민 사살 6일전의 서욱 “어떤 도발에도 단호히 대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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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전 경기도 이천시 육군 특수전사령부에서 열린 제72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 참석, 특수전부대원들을 격려하기 위해 서욱 국방부 장관 등과 함께 단상을 내려가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전 경기도 이천시 육군 특수전사령부에서 열린 제72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 참석, 특수전부대원들을 격려하기 위해 서욱 국방부 장관 등과 함께 단상을 내려가고 있다. [연합뉴스]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북한군의 추가 도발이 전개된다면 자위권 차원에서 항공기를 이용해 폭격할 것이다’라고 이야기한 적 있다.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이 한 말이다. 이 말에 동의하나?”

▶서욱 국방부 장관=“북한이 도발한다면 그렇게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한 의원=“또 작전 시행 시 ’쏠까요, 말까요?’ 묻지 말고 선조치 후보고하라. (전임 국방부 장관들은) 이렇게 말한 적 있다. 동의하나?”

▶서 장관=“현재 작전수행체계는 (그렇게 하는 것이) 맞다.”

북한군이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모(47)씨를 사살하고 시신을 훼손한 사건이 발생하기 6일 전, 국회에서 열린 서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오간 대화다.

25일 야권에서는 이씨 사건에 대한 군의 소극적 대응을 두고 비판이 쏟아졌다. 이종배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참담한 사실은 실종부터 사망의 순간까지 군·경·청와대 모두 인지하고 지켜봤지만, 구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고 지켜만 봤다는 사실"이라며 "심지어, 북한의 총격 이전에 대통령이 상황을 인지했음에도, 구출을 위한 어떠한 지시도 없었다는 정황도 드러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방부는 이 같은 비판에 대해 앞서 “북한 해역에서 벌어진 일이라 (사살) 당시엔 위치를 몰랐고, 위치를 정확히 추정한 것은 22일 오후 10시 11분쯤”이라고 해명했다. 또한 “북한이 설마 그런 만행을 저지를 줄 몰랐다”고 덧붙였다.

국군의 날을 앞두고 25일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을 찾은 서욱 국방부 장관이 참배를 마치고 현충원을 나서며 관계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군의 날을 앞두고 25일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을 찾은 서욱 국방부 장관이 참배를 마치고 현충원을 나서며 관계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이에 대해서도 야당 의원들은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군의 대응도, 이후 해명도 모두 서 장관이 앞서 인사청문회 등에서 밝힌 원칙과 맞지 않으며, 규정이나 상식에 부합하는 대응도 아니다”고 강조했다.

실제 서 장관은 지난 16일 국회 인사청문회 모두 발언을 통해 “그 어떠한 도발과 위협도 단호히 대응하여 국가를 보위하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등 국방 본연의 임무를 완수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야당 의원의 질의 과정에서 북한의 도발이 있을 경우 ‘선조치 후보고’하는 것이 “군 작전수행체계상 맞다”고 했다.

또 서 장관은 25일 열린 국군의날 기념식에서도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만반의 군사대비태세를 갖추겠다”며 “만약 북한이 이를 위협한다면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우리 군은 안보 상황의 격변기 속에서도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군 본연의 사명을 완수해왔다”는 자평도 덧붙였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불과 며칠 전 본인이 스스로 밝힌 군사적 대응 원칙과 기준을 하나도 지키지 않았을 뿐 아니라, 국민이 희생당한 뒤에도 같은 소리만 반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규정에 어긋난 군의 대응 때문에 이씨가 사살된 것이란 비판도 나왔다. 국회 국방위 소속의 한 국민의힘 의원은 “실종 신고가 접수되면 비공개 수색을 할 게 아니라 국제법과 국내 규정에 따라 해상구조신호를 보내고 정부 내 관련 기관과 함께 국제 통신망, 군 통신망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국외와 북한에도 상황을 알려야 한다”며 “군사적 대응만 안 한 게 아니라 생명을 구할 수 있는 기본 조치조차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해양경찰 관계자들이 25일 오후 인천 옹진군 연평도 인근 해상에 정박한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에서 실종 공무원 북한 사살 및 시신훼손 사건과 관련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뉴스1]

해양경찰 관계자들이 25일 오후 인천 옹진군 연평도 인근 해상에 정박한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에서 실종 공무원 북한 사살 및 시신훼손 사건과 관련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뉴스1]

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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