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바트 교수 "병원 문 나설땐 꼭 손 씻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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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감염을 막으려면 손을 열심히 씻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의사와 간호사는 물론 환자와 보호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최근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대한감염학회에 강연차 내한한 미국 웨스턴미시간대 감염내과 도널드 바트 (55.사진)교수는 손씻기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환자가 많은 병원엔 항생제로 죽지 않는 이른바 내성(耐性)세균이 많고 이들은 주로 손을 통해 가정.직장으로까지 확산된다는 것.

그는 병 문안을 하러 병원에 갔다가 몸에 세균이 묻은 채 집에 돌아와 당뇨를 앓고 있는 모친에게 옮겨 모친이 숨진 사례도 경험했다고 털어놨다.

"장(腸)구균이나 포도상 구균 등 병원 감염을 유발하는 세균은 대부분 환자의 신체나 물건을 무심코 만진 손을 통해 전염됩니다. 병실 문을 벗어날 땐 강박적일 만큼 비누로 손을 씻어줘야 하지요."

소홀히하기 쉬운 손톱 아래와 손가락 사이를 세척력이 강한 비누(피부의 기름기를 잘 빼는 느낌이 드는 비누)로 수차례 문질러줘야 한다.

국내의 병원 감염 문제는 아직 드러나지 않았지만 심각한 수준이다. 국내 폐렴 구균의 70%가 페니실린에 죽지않아 세계 최고 수준이다. 메티실린(개량형 페니실린)에 죽지 않는 내성균에 감염된 사람도 전국적으로 15만명에 달한다.

지금까진 최강의 항생제라 불리는 밴코마이신으로 치료가 됐다. 그러나 1998년 한국에서도 밴코마이신에 죽지 않는 포도상구균(슈퍼 박테리아)이 발견됨으로써 최후의 안전장치가 무너진 셈이다.

밴코마이신 내성 장 구균도 흔해 전국에 1백~2백여명의 감염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슈퍼 박테리아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은 새로 개발된 항생제 자이복스 뿐이다.

자이복스는 파마시아 업존사가 개발해 지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공인을 거친 신개념 항생제. 국내엔 아직 도입되지 않았다. 그러나 밴코마이신이 무너진 것처럼 자이복스 역시 손을 제대로 씻지 않고 항생제를 남용하는 전철을 밟는다면 내성균이 출현할 수밖에 없다.

다소 결벽스럽다는 느낌이 들더라도 손 씻기는 자주 해줘야 하는 것이다.

그는 "병원 출입은 물론 다른 곳에 외출했다 돌아와서도 반드시 손을 비누로 씻으세요. 그것이 세균과의 전쟁에서 가장 확실하고 값싼 승리의 비결입니다"라고 손씻기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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