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혜걸의 의학 프리즘] 개고기는 음식일뿐 보신음식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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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처럼 음식과 관련된 속설이 많은 나라도 드물다.

의사들에게 가장 흔한 질문도 무엇을 먹어야하고, 무엇을 먹지 말아야 하는지다.

이러다보니 근거없는 걱정이나 믿음도 많다. 임신 중 문어를 먹게 되면 아기의 뼈가 약해지고, 해구신을 먹으면 정력이 강해지며, 고양이를 먹으면 관절이 좋아진다는 것들이다.

대부분 음식이 지닌 속성을 과도하게 유추해 해석한 결과다.

물렁물렁한 문어를 먹으면 뼈가 약해지고, 물개는 정력이 좋으니까 해구신은 탁월한 정력제며, 고양이는 날렵하니까 고양이 고기가 관절에 좋으리라 생각한 탓이다.

그러나 어떤 고기든 영양학적으로는 단백질에 불과하다. 단백질은 소장에서 아미노산으로 분해되면서 흡수된다.

고기의 종류에 관계없이 인체가 흡수하는 영양소는 아미노산일 뿐 다른 특별한 성분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문어를 먹는다고 문어가 되진 않는다는 뜻이다.

월드컵을 앞두고 보신탕 논쟁이 한창이다. 문화 주권의 수호란 차원에서 보신탕을 계속 먹어야 한다는 의견에서 소수가 먹는 보신탕을 위해 국가적으로 실익해서는 안된다는 의견까지 다양하다.

어느 쪽이 옳은지는 필자의 관심 밖이다. 다만 보신탕이란 용어에 대해선 차제에 오해를 풀어야 한다고 믿는다.

보신탕 예찬론자들은 개고기가 건강에 매우 좋다고 생각한다. 실제 1백g당 지방 함량을 보면 개고기는 4g 정도인 반면 돼지고기는 25g, 쇠고기는 15g, 닭고기는 14g정도 된다.

개고기야말로 저지방 고단백이란 것이다.

그러나 이 정도의 차이는 매일 고기를 먹는 사람이 아닌 다음에야 무시해도 좋은 차이다. 게다가 성 호르몬의 합성엔 단백질보다 지방이 더욱 중요한 원료다.

또 개고기 속에 정력을 증강시키는 무슨 특별한 성분이 있는 것도 아니다.

개고기를 먹는 것이 나쁘다는 뜻이 아니다. 개고기는 개고기일 뿐 보신탕은 아니며 정력 증강 효과가 있는 것도 아니란 것이다. 행여 정력이 좋아진다는 믿음 하나로 보신탕을 찾는 일은 없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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