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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히 내 후배 돈을···" 보이스피싱범 직접 덮친 용감한 친구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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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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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최근 전화 한통이 걸려왔다. "고객님 ○○은행입니다, 대출 필요하시죠? 고객님만 특별히 800만원을 내면 3000만원을 대출해 드리겠습니다."

당시 돈이 필요했던 A씨는 이에 응했고, 이 '은행원'은 기록이 남으면 안되니 메신저 앱을 설치하라고 했다. 또 계좌추적을 피해야 한다며 800만원을 직접 만나서 달라고 요구했다. A씨는 아무런 의심 없이 '은행원'을 만나 돈을 건넸다. '은행원'과 연락이 되지 않자 뒤늦게서야 알아차렸다고 한다, '내가 보이스피싱을 당했구나….'

A씨는 선배 김모(45)씨에게 이 사실을 털어놨다. 김씨는 보이스피싱범에게 돈이 필요한 척 먼저 다가가 직접 붙잡기로 결심했다. A씨가 깔았던 메신저 앱을 직접 깔아 "일정 금액을 지급하면 돈을 빌려준다는 글을 봤다"며 보이스피싱 조직원에게 연락했다.

평소 SNS 등에 광고를 올렸던 조직원들은 별다른 의심 없이 속아 넘어갔고, 결국 지난 15일 중구 남포동 한 햄버거 매장에서 만나 돈을 건네기로 했다. 김씨는 보이스피싱 조직원에게 840만원을 건넸고, 그가 돈을 세는 사이 함께 간 친구 3명과 함께 덮쳤다.

김씨는 "처음에는 조직원이 형사인 줄 알고 놀라더라"며 "'형사만 도둑 잡냐. 시민도 도둑 잡는다'고 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 뒤 김씨는 조직원을 차에 태워 부산 영도경찰서에 가 직접 범인을 경찰에 넘겼다.

영도경찰서 관계자는 "보이스피싱 조직원을 검거한 이들에게 표창장을 수여하고 신고보상금 전달할 예정"이라며 "금융·공공기관이 전화로 돈을 요구하는 경우는 100% 보이스피싱이기 때문에 절대 시키는 대로 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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