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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1억 순천 평화정원에…'조선 침략' 日장수 동상 건립이 웬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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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순천시가 추진하는 '한·중·일 평화정원' 조감도에 나온 임진왜란 일본장수 고니시 유키나의 동상(빨간 원). [사진 순천시]

전남 순천시가 추진하는 '한·중·일 평화정원' 조감도에 나온 임진왜란 일본장수 고니시 유키나의 동상(빨간 원). [사진 순천시]

전남 순천시가 '한·중·일 평화정원'을 조성하며 임진왜란 당시 조선 침공에 앞장섰던 일본 장수의 동상 건립을 추진하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17일 논란이 일고 있다.

순천시는 해룡면 신성리 순천왜성 일원(옛 충무초 부지)에 13만㎡ 규모로 평화광장을 2025년까지 조성한다. 사업비는 국비·도비·시비 등 총 311억원이 들어간다. 동아시아 3국의 7년 전쟁을 추모하고 평화공존의 장으로 만든다는 취지다.

문제는 이곳에 정유재란 당시 참전한 한·중·일 장군 5인의 동상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데, 일본 대표 장수로 고니시 유키나가(小西行長) 동상이 세워진다는 점이다.

고니시는 1592년 사위인 대마도주 소 요시토시(宗 義智)와 함께 병력 1만8000명을 이끌고 부산을 침공해 일본군 선봉장으로 활약하며 평양성까지 함락시킨 인물이다. 시가 지난달 14일까지 진행한 바닥 판석 분양 독려 포스터의 공원 조감도에도 고시니의 동상 모형도가 선명하게 보인다.

"순천시청은 조선침략 선봉장 '고니시 유키나가' 동상을 세금으로 만들지 말라"는 청와대 국민청원 주장엔 17일 현재까지 6100여명이 동의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캡처]

"순천시청은 조선침략 선봉장 '고니시 유키나가' 동상을 세금으로 만들지 말라"는 청와대 국민청원 주장엔 17일 현재까지 6100여명이 동의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캡처]

즉각 시민들의 반발이 이어졌다. "혈세를 들여 적장의 동상을 세우냐"는 주장이다. 지난달 청와대 국민청원엔 "순천시청은 조선침략 선봉장 '고니시 유키나가' 동상을 세금으로 만들지 말라"는 주장이 올라와 17일 현재까지 6100여명의 동의를 받았다.

청원인은 "임진년에 왜국은 조선을 침공하여 조선 땅을 유린하고 조선 백성을 무참히 도륙하고 학살했다"며 "(순천시가) 임진왜란 때 조선 침략 선봉에 서서 조선 땅을 불태우고 강물을 핏물로 만든 왜놈 장수 동상을 세금으로 만든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더구나 공원 이름도 '평화'가 붙었는데 이곳에 임진왜란 '전범' 동상을 세운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임진왜란 때 수많은 사람이 전란을 피해 순천 남산 계곡에 모였는데 왜군은 그곳까지 쫓아와서 순천 백성을 잔인하게 도륙하고 학살했다"며 "그런데 왜국 장수 동상을 설치한다는 것은 역사 인식이 희박하다는 말이 아까울 정도"라고 했다.

이 같은 지적은 지난 7월 열린 주민 간담회에서도 나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계속된 지적에 순천시는 뒤늦게 오는 21일까지 동상 건립 시민 의견 수렴에 나섰다.

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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