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 로펌 인턴 기간 캐묻자...조국 아들 "진술 않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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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아들 조모씨. [뉴스1]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아들 조모씨. [뉴스1]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부가 아들 조모씨의 대학원 합격을 위해 인턴증명서를 위조했을 가능성이 담긴 증거가 공개됐다. 16일 조씨에게 허위 인턴증명서를 발급해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의 재판에서다.

검찰은 이날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조 전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와 아들을 향해 최 대표가 일하던 법무법인 청맥에서 실제 인턴 생활을 했는지를 집중적으로 물었다. 검찰은 조씨가 2017학년도 대학원 입학에 모두 실패하자 군대에 가야 할 상황에 놓였고, 2018학년도에는 반드시 대학원에 합격하기 위해 조국 부부가 허위 인턴증명서를 발급받았다고 의심한다. 조씨는 2018학년도 입시 과정에서 고려대‧연세대 대학원에 인턴증명서를 제출해 두 학교 모두 합격했다. 최 대표 측은 조씨가 실제 청맥에서 인턴 활동을 해서 확인서를 발급해줬을 뿐 허위가 아니라며 검찰과 진실 공방을 벌이고 있다.

대학원 지원 때마다 다른 조씨의 인턴 활동 기간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최 대표 명의로 2017년 10월 발급된 인턴증명서에는 “조씨가 2017년 1월 10일부터 같은 해 10월 11일 현재까지 매주 2회 총 16시간 동안 인턴 역할을 수행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2018년 8월 인턴증명서에는 “2017년 1월 10일부터 2018년 2월 28일까지 주당 8시간씩 46주간 총 368시간”으로 적혀 있다. 4달여 기간 더 늘어났을 뿐인데 인턴 활동 시간이 16시간에서 368시간으로 대폭 늘어난 셈이다. 검찰은 “두 인턴증명서의 대부분 기간이 겹치는데 2017년과 2018년 총 인턴 시간이 다르게 기재된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고, 조씨는 “진술하지 않겠습니다”라고만 답했다.

수상한 정황은 또 있었다. 검찰에 따르면 조씨는 2017학년도 하반기 서울대 대학원 지원서에 청맥 인턴 기간을 ‘2016년 12월 20일부터’라고 적었다. 그러나 조씨가 미국에서 입국한 날짜는 2016년 12월 21일이었다. 2018학년도 상반기 서울대 지원서에는 ‘2017년 8월 31일 인턴 종료’로 기재 내용이 또 달랐다. 반면 2017년 9월경 서울대 인권센터 인턴십에 지원하면서 적은 청맥 인턴 경력은 ‘2014년 3월~2016년 8월까지 4회’였다.

변호인은 “서울대 인권센터 관련 내용은 최 대표의 혐의와 아무런 연관이 없다”고 반발했다. 검찰은 “청맥에서는 2011년과 2014년, 2017년 조씨가 인턴 활동을 했다고 하는데 모두 허위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밝히기 위한 것”이라고 맞섰다.

인턴증명서 파일 마지막 저장자의 이름 ‘조국’

검찰은 조국 부부가 2017년도 인턴증명서를 최 대표에게 받은 후 2018년도 인턴증명서를 위조했다고 본다. 최 대표의 변호인은 지난 6월 법정에서 “2017년 인턴증명서를 두 장 발급했을 뿐”이라며 2018년 인턴증명서는 알지 못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검찰은 법정에서 2017년과 2018년 인턴증명서 인장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두 개의 인장이 같은 원본에서 파생된 것으로 보인다는 감정 결과가 나왔다. 2017년 증명서의 인장 부분을 캡처해 2018년 확인서를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검찰은 그 증거로 파일 속성정보도 제시했다. 조씨의 컴퓨터에서 나온 2017년 인턴증명서의 마지막 저장한 사람의 이름은 본인의 것이었다. 하지만 2018년 인턴증명서의 마지막 저장한 사람의 이름은 ‘kukcho(조국)’였다.

검찰의 계속된 질문에 정 교수와 조씨는 증언거부권을 행사했다. 변호인도 “질문을 하는 것 자체가 증언거부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반대해 검찰의 질문만 들을 수 있었다. 최 대표의 다음 재판은 11월 17일에 열리며 이날은 최 대표 측의 증인신문이 이뤄진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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