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3년 간 서울 아파트값이 평균 45.5% 상승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다세대‧연립주택 등이 포함된 서울 집합건물 거래가격도 같은 기간 28% 올랐다. 앞서 지난 7월 같은 기간 “서울 집값은 11%, 아파트 가격은 14% 올랐다”고 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발언과는 사뭇 다른 데이터다.
16일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발표한 ‘법원 등기 데이터를 활용한 국내 부동산 거래 트렌드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의 실거래가격 지수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인 2017년 5월부터 2020년 5월 사이 약 45.5%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보고서는 한국감정원 시세 통계를 토대로 이 같이 분석했다고 밝혔다. 실거래가격지수는 지수산정기간 중 거래신고가 2번 이상 있는 동일 주택(아파트)의 가격변동률과 거래량으로 산출한 지수다.
실거래가지수 45.5%, 중위가격 38.7% 상승
앞서 지난 7월 22일 김 장관은 국회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문재인 정부 들어 서울 집값이 11% 올랐다”고 말했다가 야당의 질타를 받았다. 이후 29일 김 장관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한국감정원 자료로 아파트는 14%, 주택은 11.3% 오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정정했다. 그러나 당시 야당과 시민사회단체에서도 “서울 부동산 가격은 그보다 훨씬 많이 올랐다. 통계왜곡”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국토부는 한국감정원 통계 중 가장 낮게 상승한 ‘매매가격지수’를 인용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감정원 통계는 크게 ‘실거래가격 지수’, ‘실거래 평균가격’, ‘실거래 중위가격’, ‘매매가격지수’ 등으로 분류되는데, 이 가운데 지난 3년 간 매매가격지수 상승률이 14.2%로 가장 낮았다. 반면 실거래가격 지수(45.5%), 실거래 평균가격(39.1%), 실거래 중위가격(38.7%) 등은 모두 40% 안팎의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보고서는 “(국토부가 인용한)매매가격지수는 규모별로 추출한 표본에 대한 현장 설문조사 결과로서, 실제 시장가격과 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구매자들의 수요가 몰린 서울 각 구별 주요 아파트 가격은 50~80% 수준까지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지난 달 기준 네이버 검색량이 가장 많은 아파트를 ‘대표 단지’로 선정해 총 25개구 대표단지의 단위면적 당 평균 실거래 가격을 산출했다. 그 결과, 지난 3년 간 서울 각 구별 주요 아파트 가격은 대부분 50~80%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25개구 가운데 21개구의 ‘대표단지’는 3년 간 50% 이상의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아파트를 포함한 전체 서울 ‘집값’도 김 장관의 주장과 달리 대폭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법원 등기정보광장 데이터를 토대로 아파트, 다세대, 연립, 오피스텔 등 서울 집합건물의 1㎡당 거래가격을 분석한 결과, 2017년 5월부터 올해 5월까지 3년 간 28%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평균 거래가격은 대체적으로 부동산 정책에 상관없이 꾸준한 상승 추세”라고 분석했다.
무주택자 수도권 내집 마련은 줄어
한편 수도권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무주택자가 수도권에서 생애 첫 ‘내 집 마련’에 성공하기는 더 힘들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과 경기도의 부동산 거래 중 무주택자의 매수 비율은 2013년 41%에서 올해 상반기 31%로 10%포인트 하락했다. 보고서는 “기존 주택 보유자는 ‘갈아타기’나 추가 매수를 통해 주택 추가 구매를 한 반면, 무주택자는 주택 매수를 보류하거나 포기하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주택가격이 급등하면서 젊은 층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대출을 통해 집을 사는 ‘패닉바잉’ 현상도 뚜렷했다. 서울 집합건물 매수인 중 30대의 비중은 지난 3년 간 4%포인트 증가해 28%를 기록했다. 김기태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원은 “최근 서울 뉴타운 아파트의 청약 경쟁률이 최고 340대 1에 달하는 등 청약 당첨을 통한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지자 대출을 받아서라도 매수를 하겠다는 현상이 확산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