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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산, 아시아나 2500억 계약금 반환소송 시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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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정몽규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은 15일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에 “일방적 계약해제 통지에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또 2500억 규모의 계약금 반환 소송에 나설 것을 시사했다. 이는 지난 11일 채권단인 산업은행이 매각 무산을 밝힌 이후 HDC현대산업개발(현산) 측의 첫 공식 입장이다. 계약 무산 책임이 채권단과 금호산업 등 매각 측에 있다는 게 요지다.

“금호, 일방적 계약해제 통지 유감 #선행조건 충족 못해 인수 무산” #법적대응 밝히며 명분쌓기 나선듯

현산 측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인수계약의 근간이 되는 아시아나항공의 기준 재무제표와 2019년 결산 재무제표 사이에는 본 계약을 더 진행할 수 없는 차원의 중대한 변동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재실사가 필요한 절차였음을 거듭 강조했다. “인수과정 중 아시아나항공의 대규모 차입, CB 발행 및 부실계열사 지원 등의 행위가 계약상 필수요건인 인수인의 동의를 얻지 않은 채 진행되면서 재실사의 필요성은 더욱 커졌다”는 게 현산의 설명이다. 특히 공정거래위원회가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계열사 간 부당지원 행위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하고 총수와 경영진 및 법인을 검찰에 고발 조치한 것을 언급하면서 “그대로 거래를 종결한다면 배임 이슈는 물론 HDC그룹의 생존까지도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현산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계약의 거래종결이 이뤄지지 않은 것은 매도인인 금호산업이 선행조건을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아시아나항공 및 금호산업의 계약해제 및 계약금에 대한 질권해지에 필요한 절차 이행통지에 대해 법적인 차원에서 검토한 후 관련 대응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항공업계에서는 향후 2500억원 규모의 계약금 반환 소송을 둘러싼 법정 공방에 대비하기 현산이 명분 쌓기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산은 또 산업은행과의 협의 과정에서 불거진 논란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현산은 “산은은 협의에서 기존 인수조건의 조정 등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향후 논의할 수 있다는 포괄적인 입장을 전달했을 뿐 구체적인 안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했다. 지난달 26일 정몽규 회장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간의 면담에서 산은 측이 구체적으로 제안한 것은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면담에서 재실사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도 12주를 고수하지는 않았다”며 “산업은행이 이에 대한 아무런 답변 없이 언론을 통해 인수 무산을 공식화했고, 금호산업이 일방적으로 이번 계약의 해제를 통보했다”고 매각 측을 에둘러 비판했다.

산업은행은 이날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산업은행은 여건이 조성되는 대로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재추진할 방침이다.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불발되면서 한국신용평가·한국기업평가·나이스신용평가 등 신용평가사들은 현산 및 지주사인 HDC의 신용등급을 하향 검토 대상에서 일제히 해제했다. 한국신용평가는 15일 낸 수시평가 보고서에서 현산의 무보증사채와 HDC의 발행자 신용등급을 ‘A+’로 유지하고 ‘하향 검토’ 워치리스트에서 해제한다고 밝혔다. 등급 전망은 ‘안정적’을 부여했다. 박소영 한신평 수석애널리스트는 “현산이 납부한 2010억원의 계약금이 전액 손실 처리되더라도 관련 손실이 현산 및 HDC의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매각이 불발된 아시아나항공의 신용등급(BBB-)은 하향검토 대상에 올랐다.

손해용 경제에디터·정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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