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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제주의 역설…신재생 에너지 늘렸더니 가격 2배로 올라

중앙일보

입력

신재생 에너지 비율을 대폭 늘린 제주도의 전력 구매 비용이 전국 평균의 두 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조건적인 신재생에너지 확대는 급격한 비용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제주 사례가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원전·석탄 없는 제주…전기 구매비용 2배↑

지난해 발전 개시에 성공한 30MW 규모의 제주 탐라해상풍력의 모습. 한국남동발전

지난해 발전 개시에 성공한 30MW 규모의 제주 탐라해상풍력의 모습. 한국남동발전

15일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제주도에서 생산한 전력 정산단가는 211원/kWh으로 지난해 우리나라 총 전력정산단가 95원/kWh의 두 배 이상이었다. 전력 정산단가는 한국전력이 전력 구매에 사용한 비용을 거래량을 나눈 것으로 한전의 전기 구매 가격이라고 보면 된다.

제주지역에서 생산한 전기 구매비용이 비싼 이유는 원자력과 석탄발전이 없기 때문이다. 제주도에서 전기를 만드는 방식은 유류·LNG·태양광·풍력·바이오 크게 5가지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보면 유류(275.5원/kWh)·LNG(229원/kWh)·바이오(206.1원/kWh)·풍력(149.9원/kWh)·태양광(144.3원/kWh) 순으로 비쌌다. 모두 지난해 원자력 정산단가(58.3원/kWh)나 석탄 발전에 쓰이는 유연탄(86원/kWh)·무연탄(101.5원/kWh) 비용보다 높다.

바이오 발전이 유류발전 가격도 올려 

특히 제주지역 전력 정산단가는 신재생에너지 비율이 높아지면서 더 올라갔다. 제주도는 오는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으로 430만KW 전력을 생산하는 탄소제로섬(CFI)을 추진하고 있다.

실제 전체 제주 전력생산량에서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2018년에 22.6%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67.9%로 급격히 늘었다. 제주 전력 전체 구매비용도 2018년 6237억5000만원에서 지난해 7894억9200만원으로 26% 급등했다. 반면 이 기간 구매한 발전량은 15%만 늘었다.

특히 지난해 급격히 늘어난 바이오 증유가 비용 인상을 키웠다. 특히 바이오 증유가 늘면서 유류 발전 구매 비용도 덩달아 올랐다. 한국전력거래소 제주본부 따르면 “유류 발전소 중에서도 비교적 정산단가가 쌌던 발전소가 바이오 증유로 바뀌면서 유류 발전 정산단가 비용도 같이 올라갔다”고 설명했다. 바이오 증유 발전이 늘자 지난해 유류발전 정산단가(2018년 208.3원/kWh→2019년 275/kWh)도 급등했다.

제주는 신재생에너지 미래?…“속도 조절 필요”

한무경 국민의힘 국회의원. 한무경 의원실

한무경 국민의힘 국회의원. 한무경 의원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신재생에너지 급격한 확대는 비용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원전이나 석탄보다 생산 시점과 전력량 조절이 어려운 태양열과 풍력 발전은 대규모 전력저장장치 같은 추가 설비도 필요해 숨은 비용은 더 늘어날 수 있다.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은 “값싼 발전원을 폐지하면 전기요금이 급격하게 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제주 사례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며 “전기요금 인상은 산업뿐만 아니라 국민 생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는 만큼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한 재검토와 탈석탄, 신재생 확대에 대한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종=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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