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터시(Ecstasy), 뇌 기억 세포를 손상시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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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은 금단증세 때문에 사용을 중단하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게 되며, 결국에는 인간을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폐인에 이르게 하는 물질이다.

많은 매체에서 마약의 위험을 경고하고 있지만, 순간적인 쾌락을 위해 마약에 탐닉하는 사람들을 근절하기란 쉽지 않다.

대검찰청 마약부의 2001년 9월 통계 자료에 따르면, 국내 마약류사범은 총 7,610명으로 전년대비 5.1% 감소하였으나, 향정신성의약품관련 사범은 5,941명으로 전년대비 10.0% 증가하였다는 보고가 있다.

이는 마약사범 가운데 대마초나 헤로인, 코카인 등의 대마사범, 마약사범은 줄어들었으나, 향정신성의약품에 속하는 메스암페타민(일명 히로뽕), 엑스터시 (Ecstasy-일명 도리도리), LSD 등이 급격하게 확산되고 있다는 의미다. 마약 역시 시대에 따라 그 유행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특히 엑스터시는 1999년이후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신종 마약으로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엑스터시는 화학적으로 MDMA(Methylendioxy Methamphetamine)로 통칭되는 암페타민계 유기 화학물질이다. 유학생들을 중심으로 소수 유통되던 것이 이제는 유흥가를 중심으로 확산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그 형태는 보통 정제형이고 그 모양은 가지각색이다. 약리 작용으로는 식욕상실, 혼수, 정신착란 등을 일으키며, 과다 사용시 사망에까지 이르게 된다.

그럼에도 엑스터시 복용자들은 그 폐해를 전혀 알지 못하거나, 너무 가볍게 여기고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엑스터시가 알약 형태로 되어 있어 복용하기 쉽다는 점도 빠른 확산에 일조하고 있다.

그런데, 엑스터시가 인간의 뇌 기억세포를 손상시킨다는 네덜란드 연구자들의 발표를 CNN이 15일 보도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Academic Medical Center'가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엑스터시를 복용한 경험이 있는 사람과 복용한 적이 없는 사람과의 비교 실험에서 이 약물을 복용한 사람들이 기억력 테스트에서 나쁜 결과를 나타냈다. 즉 기억 작용과 연결된 대뇌피질 신경의 손상이 나타났다.

그 이유는 엑스터시를 복용한 사람에게는 세포간에 메시지를 전달해 주는 신경전달 물질 세로토닌(serotonin)을 받아들이는 수용 기관의 밀집도가 감소했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약물 복용 기간이 길을수록, 복용 량이 많을수록 기억 손상의 정도는 심하게 나타났다.

엑스터시를 복용하면 뇌 기억 세포를 손상시킨다는 것은 아마 그 약물이 갖고 있는 여러 폐해 중에 가벼운 사안에 속할 것이다. 마약은 생리학적인 변화뿐 아니라 인간의 정신 자체를 황폐화시킨다는 데 더 큰 문제가 있다.

스스로 감정을 제어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하게 만들어 모든 기쁨과 슬픔마저도 철저하게 약물에 의존하게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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