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성에 생명체 없다면 설명 불가" 구름에서 흔적 찾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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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SA에서 제공한 지난 2012년 6월 5일 금성일식 장면. [연합뉴스]

NASA에서 제공한 지난 2012년 6월 5일 금성일식 장면. [연합뉴스]

“과학자들은 생명체가 없다면 금성의 구름에서 어떻게 포스핀(phosphine)이라는 물질이 떠다니는지 아직 설명할 수 없습니다.”

금성을 둘러싸고 있는 구름에서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을 암시하는 물질이 발견됐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최근 과학 학술지 네이처에는 영국·미국·일본 천문학자들의 합동 관측 결과를 담은 논문이 실렸다. 영국 카디프대 제인 그리브스 교수와 연구진의 논문에 따르면 금성 표면에서 약 60㎞ 떨어진 대기에 포스핀이라는 물질이 함유돼 있었다. 인화수소라고도 불리는 포스핀은 유기물이 풍부한 늪지대나 펭귄의 배설물 등에서 발견되는데, 생선 썩는 냄새와 비슷한 지독한 악취를 풍긴다. 산소가 부족한 환경에서 미생물이 방출한다.

그리브스 교수와 연구진은 “포스핀은 생명체가 발산하는 요소로 금성의 대기에 미생물 등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을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포스핀은 박테리아 등의 미생물을 통해 만들어지는 물질인 만큼, 그 존재만으로도 생명체 존재 가능성을 암시한다는 것이다. 다만 그렇다고 포스핀이 생명체의 존재를 입증하는 건 아니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금성의 조건을 반영해 번개나 광화학 반응 등의 비(非)생물적 방식으로 포스핀을 생성해보려고 했으나, 금성에서 관측된 포스핀 양의 0.01%도 채 만들어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로라 맥케미쉬 뉴사우스웨일스대학의 분광학 교수는 “이 연구는 외계 생명체를 찾는 새로운 시대의 시작을 알린다”고 말했다.

백희연 기자 baek.hee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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