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탄저균 비상…중국서도 우편물 발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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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도 탄저균에 오염됐을 가능성이 있는 우편물이 발견된 데 따라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정상회의가 열리고 있는 상하이(上海)의 긴장감은 더욱 고조됐다.

중국 외교부의 쑨위시(孫玉璽)대변인은 18일 "배달된 두 우편물 중 하나의 수신인은 중국 내 미국 회사에 근무하는 중국 직원"이라며 "의심스러운 물질은 '파룬궁(法輪功)의 진상'이라는 제목의 선전물 사이에 끼여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우편물의 행선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기를 거부하면서 "중국 정부는 이번 사건을 매우 중시, 현재 위생 방역 부서가 의심스러운 물질과 접촉한 사람과 사건이 발생한 지역에 대해 엄격한 방역소독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孫대변인은 또 "현재 중국 공안(公安.경찰)기관이 긴급 조사에 나섰으며, 의심스러운 물질에 대한 검사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일부 소식통들은 중국이 사건이 발생한 지 이틀 후까지 "조사만 하고 있다"고 말한 점으로 보아 의심스러운 물질의 정체가 탄저균일 가능성이 큰 게 아니냐는 분석을 하고 있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이 도착한 이날 중국 공안 당국은 정상들을 태운 비행기가 착륙한 푸둥(浦東)공항에서 시내 중심가에 이르는 30㎞ 대로 상의 차량을 완전히 통제해 인적이 끊어지다시피했다.

외국 상사의 상하이 지점 소속 승용차도 긴급차량 1,2대를 제외하고는 통행을 금지했다.

한 외교관은 "APEC 회의장이 있는 푸둥 신시가지에서 구시가지로 통하는 황포강 다리는 통행증이 없는 차량은 아예 건너지도 못한다"고 전했다.

특히 부시 대통령이 묵고 있는 리츠칼튼 호텔은 미국측 대표단 외에는 일절 숙박객을 받지 않았다. 리츠칼튼 호텔 내부 경호는 미국 대통령 경호실(SS)이 직접 맡고 있으며, 중국측은 외곽 경비에 치중했다.

호텔 주변도 미국에서 공수해 온 경비견과 SS요원이 순찰을 도는 등 삼엄한 분위기였다.

한 관계자는 "미국측이 회담을 벌일 때는 중국 공안에 이어 미국 요원들이 다시 별도 검색을 하는 바람에 회담장 입장에 1시간 이상이 걸린다"고 말했다.

金대통령 등 다른 정상들이 머무는 호텔과 회의장 주변도 일반인의 접근이 금지됐으며, 큰길마다 20m 간격으로 공안원이 배치됐다.

金대통령을 수행 중인 외교부 관계자는 "중국 당국으로부터 문제의 우편물에 대해 공식 통보를 받은 바 없다"고 말했다. 기자들이 취재활동을 벌이고 있는 국제미디어센터도 별다른 동요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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