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왕리 벤츠'만 그런게 아니다···4억 넘는 수퍼카 80% 법인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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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을왕리해수욕장 인근에서 치킨 배달을 하던 50대 가장을 치어 숨지게 한 음주 운전자 A씨(가운데)가 14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시 중구 중부경찰서를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인천 을왕리해수욕장 인근에서 치킨 배달을 하던 50대 가장을 치어 숨지게 한 음주 운전자 A씨(가운데)가 14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시 중구 중부경찰서를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신규 등록된 4억원 이상 최고급 ‘슈퍼카’의 80% 이상은 법인차인 것으로 나타났다. 1억원 이상 고급 승용차일수록 개인 소유 차량보다 법인 명의 차량의 비중이 높았다.

치킨 배달을 하던 50대 남성을 치어 숨지게 한 을왕리 음주운전 차량도 법인 소유의 벤츠로 밝혀지면서 법인차 관리 감독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또 일부 사주 일가가 고가의 법인 차량을 사적으로 이용하면서 세금을 탈루한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1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형석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2020년 5월 기준 전체 승용차 등록현황에 따르면 1억원 이상~4억원 미만 차량에선 법인차 비율이 51%였다. 4억원 이상 최고급 차량 중에서는 62%가 법인차였고, 1억 미만 차량 중 법인차 비율은 6.1%에 그쳤다.

특히 ‘슈퍼카’ 법인차 비율이 최근 들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4억원 이상 최고급 승용차의 경우 2019년 법인차의 신규 등록률은 87.2%로, 동일 가격대 전체 법인차 비율 62%보다 24.8%포인트 높았다.

고가차량 중 법인차 비중이 높은 것은 법인의 업무용차량 구매ㆍ유지에 드는 돈을 회사 비용으로 처리해 절세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일부 사주일가는 이를 악용해 회삿돈으로 ‘슈퍼카’를 구매, 사적으로 사용하다 국세청에 적발되기도 했다.

법인차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형석 의원은 법인의 업무용차량 보험서류와 운행기록 등 관련 서류 제출을 의무화하고 필요시 국세청이 운행실태를 점검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인세법 개정안을 지난 7월 발의했다.

이 의원은 “슈퍼카를 이용한 극소수 부유층의 탈법적 사치행태는 조세정의에도 맞지 않고 국민들의 공분을 사는 일인데, 국가가 이를 방관하기만 해서는 안 된다”며 “계속해서 문제점으로 지적된 ‘무늬만 회사차’ 문제를 이번에는 반드시 해결해 조세정의를 실현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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