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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소파 “양해 없이 인사 말라”…스가, 벌써 파벌에 휘둘리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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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스가, 기시다, 이시바(왼쪽부터)

스가, 기시다, 이시바(왼쪽부터)

14일 치러지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이 전체 투표인의 약 70%를 확보해 차기 총리 자리를 사실상 예약했다. 하지만 압도적 지지에도 물밑에선 자민당 파벌들의 주도권 경쟁이 벌어지며 당내 기반이 약한 스가가 향후 파벌들에 휘둘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스가, 오늘 자민당 총재 선출 확실 #“외교문제는 아베와 상담하겠다” #5개 파벌, 지지 대가로 ‘자리’ 기대

13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스가는 국회의원 394표 중 76%인 300표가량의 지지를 확보하고 있다. 여기에 전국 지방의원들이 행사하는 141표 중 80표 이상이 스가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가는 호소다파(98명)·아소파(54명)·다케시타파(54명)·니카이파(47명)·이시하라파(11명) 등 자민당 7개 파벌 중 5곳의 지지를 받고 있다. 파벌은 아니지만 스가를 지지하는 젊은 의원들의 모임인 ‘가네샤의 모임’(15명)도 지지표로 계산된다.

반면에 기시다 후미오 정조회장은 자신이 이끄는 기시다파 소속 47명을 조금 넘긴 50명대의 지지를 받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은 이시바파(19명)를 포함해 30명을 조금 넘는 표를 확보했다.

이처럼 당내에서 압도적 지지를 스가가 받고 있지만, 이는 각 계파가 새 총리 취임 후 예정된 자민당 인사와 개각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기 위해 적극적인 지지 표명을 하는 측면이 크다. 지지를 모아주는 데 따른 대가를 스가가 치러야 한다는 얘기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스가 진영은 지난 11일 국회 인근 호텔에서 선거대책회의를 열고, 투표 직전 결기 집회에서 스가를 지원하는 각 파벌과 무파벌 대표가 인사를 나누는 순서를 정했다. 우선 ‘스가 총리’ 흐름을 만드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간사장은 간사장 유임이 거의 확실하다. 두 사람의 연결책 역할을 한 모리야마 히로시(森山裕) 국회대책위원장도 관방장관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니카이파보다 한발 늦게 스가 지지를 밝힌 호소다파·아소파·다케시타파는 지난 2일 3개 파벌이 합동 기자회견을 열어 “스가를 지지한다”며 세를 과시했다.

스가는 “나는 파벌의 힘으로 입후보한 게 아니다”며 “인사는 개혁 의욕이 있는 사람을 우선하겠다”고 밝혔지만, 파벌 영향력을 무시할 순 없다는 게 대체적 관측이다.

아소파의 한 중견 의원은 “스가가 (인물을) 고른다고 해도 파벌의 우두머리에게 사전에 양해를 얻지 못하면 나중에 큰일 날 것”이라고 아사히신문에 말했다. 자민당에선 ‘아베 1강’ 시대가 끝나면서 ‘이번에야말로 자리를 얻겠다’는 생각이 강해 논공행상을 기대하고 있다. “인사 결과에 따라 정쟁이 일어날 수 있다”(파벌 간부)는 경고까지 나온다.

스가는 지난 12일 일본기자클럽이 주최한 자민당 총재 선거 후보 토론회에서 “(외교 문제에선) 당연히 아베 총리와 상담하면서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후보 간 질문 시간에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정조회장(전 외상)은 “분단된 국제사회 속에서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존재감과 발언력을 유지해 국익을 지킬 것인가”라고 스가에게 질문했다. 스가는 “일본 외교의 기축은 뭐라 해도 미·일 동맹”이라면서 “중국·한국을 비롯해 이웃 나라와 상당히 어려운 문제는 있지만, 양자택일이 아닌 전략적으로 확실히 맞서서 늘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외교를 해나가겠다”고 답했다. 아베 2차 정권 7년9개월 내내 관방장관을 맡아온 스가는 내정엔 밝지만, 외교는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도쿄=윤설영 특파원 snow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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