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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잘 벌고, 가계 부담 줄었는데…전 국민 통신비 2만원 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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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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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통]숫자로 본 '전 국민 통신비' 지원안

추석 전 지급을 목표로 한 '전 국민 통신비 2만원' 지원안이 4차 추가경정예산안(추경) 심사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정부·여당은 "부족하지만, 도움은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야당은 반대 의견을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어려움을 겪는 취약계층을 집중 지원하는 게 낫다는 논리다. 국회는 오는 18일을 추경안 통과 목표 시한으로 잡고 있다.

13일 중앙일보는 이동통신사 재무제표와 소비자·가계 통신비 지출 통계 등을 활용해 통신비 지원안의 적절성을 분석했다.

통신비 지급안은 일종의 정부 '이전지출(정부가 대가 없이 가계에 지급하는 돈)'이다. 통신비는 매달 나가는 고정비이기 때문에, 지급 대상자인 만 13세 이상 국민은 1인당 2만원씩 소비 여력이 생긴다. 이 돈은 가계를 거쳐 통신사 매출액으로도 반영된다. 정부 지원이 없더라도 가계 스스로 부담할 돈이지만, 통신사 입장에선 지원액 만큼의 통신비 연체 손실을 덜어주는 효과가 있다.

통신업계가 코로나 피해업종? 

이동통신 3사 영업수익(매출액).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이동통신 3사 영업수익(매출액).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쟁점은 9300억원의 재원을 동원할 만큼 통신비 지급이 시급한 문제냐다. 통신업은 항공·여행·관광업처럼 코로나 직격탄을 맞았다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수혜 업종'에 해당한다. 재택근무와 원격수업, 비대면 콘텐트·음식·생필품 소비 등으로 데이터 사용량은 평상시보다 늘었다.

통신 3사 중 KT를 제외하면 모두 올해 상반기 매출액이 증가했다. SK텔레콤은 올해 상반기 9조532억원의 매출액을 올려 지난해 상반기보다 2800억원 증가했고, LG유플러스도 5073억원 늘어난 6조5592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이 때문에 여당 소속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통신비는 통신사로 들어가버리니, 효과가 없다"고 비판했다.

통신사 매출액이 늘어난 데는 통신 서비스 수익이 늘어난 덕분도 있지만, 이를 핵심 원인으로 꼽긴 어렵다. SK텔레콤의 경우 올 상반기 스마트폰 등 무선통신비로 1185억원 규모의 수익이 늘었지만, 나머지는 인터넷TV(1003억원), 온라인 거래 증가에 따른 수납 대행 서비스(843억원), 보안 용역(449억원), 5세대(5G) 통신 등 초고속인터넷서비스(326억원) 등에서 증가했다.

가계 통신비 부담은 늘었나? 

통신비 관련 품목의 소비자물가지수.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통신비 관련 품목의 소비자물가지수.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가계 통신비 부담은 코로나19 사태가 이어졌던 기간에도 큰 변화가 없었다. 코로나19 여파로 통신요금이 오르면, 소비자물가지수 구성 품목 중 관련 요금 지수도 상승한다. 그러나 '휴대전화료'는 올해 1월 94.23에서 지난달 93.58로 계속 떨어졌다.

소비자물가지수는 2015년 평균 물가를 100으로 삼아 특정 시점 물가를 비교한다. 2015년 휴대전화료로 10만원을 지출했다면, 지난달에는 비슷한 서비스를 9만3580원에 이용하고 있다는 의미다. 5년 사이 스마트폰 품질도 좋아졌기 때문에, 실제 체감 요금은 더 낮아졌을 수도 있다. '인터넷 이용료'도 올 한해 내내 100.08에서 변화가 없었다.

가계 통신비 지출액도 감소 추세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가구의 연평균 통신비는 166만원으로 2017년 172만원에서 꾸준히 감소했다. 이는 소득 하위 20%인 저소득층(1분위)부터 상위 20%인 고소득층(5분위)까지 공통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국내 가구별 연평균 통신비 지출액.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국내 가구별 연평균 통신비 지출액.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이게 중요한 이유

전문가들은 통신비는 장치산업(거대 설비가 필요한 산업) 특유의 '규모의 경제' 효과와 시장 내 출혈경쟁으로 계속 낮아지는 추세라고 설명한다. 이 때문에 1조원에 가까운 재정을 굳이 투입해야 할 합리적 이유를 찾기 어렵다는 의견이다. 가계 소득 증가 효과를 고려해도 국민 1인당 2만원으로는 소비 확대 효과를 기대하기도 어렵다고 덧붙인다.

정보기술(IT) 전문가인 박용후 피와이에이치 대표는 "데이터 무제한 서비스가 보편화하고 있지만, 저소득층은 데이터 한도가 있는 저가형 요금제를 이용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며 "같은 재원이면 원격수업 등에서 소외되기 쉬운 저소득 가구 학생들에게 노트북·태블릿PC·데이터 이용료 등을 집중 지원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지적했다.

세종=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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