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제정신이냐" 野반발 통신비 2만원, 김태년 작품이었다

중앙일보

입력 2020.09.12 05:00

업데이트 2020.09.12 07:23

4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에 포함된 '통신비 2만원'을 두고 여야 간 갑론을박이 뜨겁다. 더불어민주당은 “부족하지만 안 받는 것보단 낫지 않느냐”(안민석 의원)는 입장이지만, 국민의힘은 “이렇게 재정이 어려운 상황에서 제정신을 갖고 할 일이 아니다”(주호영 원내대표)라고 비판한다. “선별지원이라더니 결국 포퓰리즘 본색이 드러났다”(추경호 국민의힘 의원)는 비아냥도 나왔다.

통신비 지원은 정부가 만 13세 이상 국민 약 4640만명에 9월 한 달 통신비 중 2만원을 지원하는 게 골자다. 지난달 기준 한국 전체 인구가 5183만9953명(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임을 감안하면 사실상 전(全) 국민 지급에 가깝다. 정부·여당의 맞춤형 선별지원 방침에 원칙적으로 동의했던 야당이 이를 들며 ‘현미경 심사’를 예고하자, 민주당 안에서도 “통신비 아이디어는 도대체 누구 아이디어냐”(민주당 소속 보좌진)는 뒷말이 나왔다. ‘최초 발제자’를 찾아 이달 초로 거슬러 올라가 봤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김태년의 드라이브”=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2차 재난지원 추경의 세부 항목에 대한 여권의 논의는 지난 3일 본격화됐다. 이날부터 민주당 정책위원회와 원내대표단, 기획재정부 등 정부 측이 참여하는 실무 당·정협의가 연달아 열렸다. 민주당에선 한정애 정책위의장과 조승래 원내선임부대표(정책 담당) 등, 정부 측에서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등이 참여했다. 통신비 지원은 당과 정부가 각각 구상한 생계비 지원 아이디어에 모두 포함돼 있었지만, 실제 추경안에 포함할지를 두곤 견해가 갈렸다.

정부 측이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실제 도입에 다소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자 “원내대표 측이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었다”는 게 당시 회의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한 참석자는 “원내대표 측이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더 원했다”며 “김태년 원내대표가 예산결산특위 간사, 당 정책위의장을 지내 이 방면에는 훤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당에서는 비대면 거리두기를 강조하는 상황에서 통신비가 맞춤형 지원이란 콘셉트에 알맞다고 봤다”며 “최초의 창작자가 김 원내대표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김 원내대표를 포함한 몇몇 의원이 제시했던 건 맞다”고 전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가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가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이낙연의 교통정리”=다만 당·정은 통신비 지원 대상의 범위를 두고 이견을 보였다. 지원 방침만 확정한 상황에서 지난 6일 고위 당·정·청 협의회가 열렸지만, 범위에 대해선 결론을 내지 못했다.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이 회의 직후 브리핑에서 “비대면 활동 뒷받침 위한 통신비 지원”이라고 밝히곤 추가 설명을 하지 않았던 이유다. 그 뒤 정부가 지원 대상 범위를 두고 ①만 17~34세, 50세 이상 ②만 13세 이상 등 두 개의 안을 짜서 당에 보고했다고 한다.

9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청와대 간담회를 앞둔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김태년 원내대표, 한정애 정책위의장과 머리를 맞대고 당의 단일안을 고심했다. 당 핵심 관계자는 “세 사람이 몇 번 회의하는 와중에 ①안에 대한 언론 보도가 나왔는데, 이에 대한 우려가 나오면서 ②안으로 기울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①안의 경우 ‘17~34세, 50세 이상’이 사용하는 휴대전화의 명의가 실제론 그들의 부모나 자녀의 것인 경우가 적지 않아 실제 지원 대상이 예상보다 적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예컨대 40대 후반의 가장(家長) 명의로 17세 자녀와 70대 부모의 휴대전화가 개통됐다면, 그 누구도 통신비를 지원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인다는 것이었다.

지난 10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역에서 한 시민이 2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관련 뉴스를 지켜보고 있다. [뉴스1]

지난 10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역에서 한 시민이 2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관련 뉴스를 지켜보고 있다. [뉴스1]

◆“2만원, 근거 있다”=구체적인 지원 액수는 1인당 한 달 평균 통신비를 근거로 산정했다고 한다. 당·정 협의에 참여한 한 의원은 “통계적으로 보면 한 달 통신비가 평균 4만원 정도라고 하더라. 그 절반인 2만원으로 책정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민주당 고위 당직자는 “그렇게 많은 예산이 들어가는 건 아니기 때문에 ②안으로 해도 문제가 없겠다고 의견이 모였다”고 전했다. 9일 오전 비공개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같은 안을 정리한 이낙연 대표가 같은 날 문 대통령과 간담회에서 이를 전달했다. 이에 문 대통령이 동의를 표시하면서 만 13세 이상에 일괄 지급하는 내용이 최종 결정됐다.

한편, 조승래 민주당 원내선임부대표는 11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야당이 제기하는 ‘사실상 코로나19 피해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통신사를 지원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한다”고 반박했다. “돈은 통신사에 지원하지만, 실질적으로 국민 개개인에 2만원씩 할인 혜택이 돌아가는 것”이라면서다. 조 부대표는 “승수효과가 없다”는 이재명 경기지사의 주장에도 “4인 가족이면 최대 8만원의 여유가 생긴다. 이 돈으로 다른 행위를 할 수 있다”고 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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