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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총장님의 ‘두번째 스무살’…50년 만에 다시 대학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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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방송대에 편입한 조동성 전 인천대 총장은 지난 8월 싱크탱크 산업정책연구원(IPS) 이사장에 취임했다. [중앙포토]

방송대에 편입한 조동성 전 인천대 총장은 지난 8월 싱크탱크 산업정책연구원(IPS) 이사장에 취임했다. [중앙포토]

67학번 ‘총장님’이 ‘2020학번 학생’으로 돌아왔다. 조동성(71)전 인천대 총장. 지난 7월 퇴임 전, 올 1학기 편입학전형으로 한국방송통신대(방송대) 중어중문학과에 합격했고, 지난 1일부터 3학년 새 학기를 시작했다. 조 전 총장은 “이번 학기엔 6과목 18학점을 신청했다”며 “용감하죠?”라고 웃어 보였다. 18학점은 일반 대학생들이 한 학기에 듣는 학점 수준이다.

조동성 전 인천대 총장 ‘평생교육론’ #67학번에 하버드 박사, 36년간 교수 #“중국어 공부하겠다” 방송대 편입 #“공부 위해 머리 쓰면 더 건강해져”

그는 서울대 경영학과 67학번으로 미국 하버드대에서 박사학위(경영학)를 받았다. 1978년 최연소 서울대 교수로 임용돼 경영대학장을 지냈고, 36년간 재직하며 15개 해외 대학의 초빙·겸임교수로도 활동했다.

50년 만에 다시 학부생이 된 데 대해 조 전 총장은 “2년간 중국에 살며 강의했지만 중국어를 제대로 공부할 기회가 없었다”며 “장기적으로 중국을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2014년 중국 베이징의 장강경영대학원(CKGSB) 교수로 임용됐지만 2년 뒤 인천대 총장으로 부임하며 휴직했다. 장강경영대학원 임기는 80세가 되는 2029년까지다. 코로나19가 가라앉으면 강단에 다시 설 계획이다.

조 전 총장은 “중국어는 표의문자라서 문학·역사·철학 등을 함께 배우는 게 도움이 된다”며 “향후 500년까지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역할을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중국은 우리가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어설프게 배운 데서 실수가 잦다. 최근의 정치·경제적 마찰도 중국을 어설프게 알아서 생기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40년 전 방송대가 서울대 부설기관일 때 강의한 적이 있는데, 당시 가정형편 탓에 방송대에 온 학생들이 열정을 갖고 수업을 들었던 게 가슴에 남았다”고 돌이켰다.

조 전 총장은 ‘평생학습 전도사’다. 만나는 이마다 “공부를 계속하라”고 권유한다. “내 말을 듣고 박사학위를 받거나 공부 중인 사람이 서울대에만 100명쯤 된다. 다른 대학까지 하면 400명은 족히 된다”고 했다. 중어중문학 학사과정 외에도 지난 4일부터는 서울과학종합대학원(aSSIST)에서 인공지능(AI) 공부도 시작했다.  “AI가 경영학의 범주를 침범한 이상 AI의 수(數)를 모르면 아마추어로 남는다. 경영학자로서 AI를 배우고 경영학을 재정립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는 게 그의 얘기다.

“생태학자인 제 친구 최재천 교수에 따르면, 사람들은 개미가 열심히 일하는 곤충으로 알지만 그렇지 않대요. 굴을 관찰해보면 공부하는 개미도, 부지런한 개미도, 은퇴해서 쉬는 개미도, 노는 개미도 있대요. 어떤 동물이든 수명의 3분의 1은 삶을 준비하는 차원에서 공부하고, 3분의 1은 일하고, 3분의 1은 쉰다는 거예요.” 조 전 총장은 이렇게 덧붙였다. “평균수명이 50세가 안 되던 시절엔 15세 중학교 과정까지 공부하면 사회 리더가 될 수 있었죠. 하지만 수명이 70세로 늘어나니 대학 공부가 필요해진 거고. 이제 100세 시대이니 30년 이상 공부해야 하죠. 박사학위가 더는 사치품이 아닌 시대가 올 거라고 봐요.”

그러면서 “평생교육은 오래 사는 데 필요하기도 하지만,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부하면 머리를 계속 쓰게 되니, 더 건강해지죠. 하루라도 빨리 시작하세요, 그래야 배운 거 오래 써먹습니다.”

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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