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촬영' 퇴학당한 행시 합격자 구제…법원 "고의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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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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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급 국가공무원 공개채용(행정고시)에 합격해 연수를 받던 중 여자 교육생을 불법 촬영한 혐의로 퇴학당한 합격자가 불복 소송에서 승소했다. 법원은 이 합격자에게 불법촬영을 하겠다는 고의가 없었고 징계하는 과정도 위법했다고 봤다.

서울고법 행정9부(김시철 민정석 이경훈 부장판사)는 10일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에서 퇴학당한 A씨가 처분에 불복해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A씨는 지난해 5월 강의실에서 여자 교육생의 하체 일부가 노출된 사진을 불법으로 찍었다는 혐의로 퇴학 처분을 받았다. 이에 불복해 A씨가 낸 소송에서 1·2심은 모두 불법촬영의 고의가 없었다고 봤다. A씨가 분임원들을 촬영하려 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뒤에 있던 피해자가 함께 찍혔을 뿐이라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재판부는 문제의 사진에서 피해자가 확대됐다거나 특정 부위가 부각되지 않았고 A씨가 몸을 젖혀 피해자로부터 멀어지는 자세로 촬영하는 등 일반적인 불법촬영과는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촬영음이 나지 않는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했다고 해서 불법촬영의 고의가 인정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항소심 재판부는 인재개발원이 A씨에게 퇴학 처분을 하는 과정에서 방어권을 침해해 절차적으로도 위법하다고 봤다. A씨가 결백을 밝혀달라며 휴대전화 디지털포렌식에 응하는 등 조사에 자발적으로 협조했지만 진술서 열람 등을 거부하고 불과 9일 만에 절차를 마무리해 방어권 행사 기회를 제한했다고 지적했다. 또 문제의 사진이 찍히고 3초 뒤에 피해자가 일반적으로 서 있는 장면이 다시 촬영됐는데 피해자와 A씨에게 이 순서를 바꿔 제시해 오도했다고 설명했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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