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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키우는 거짓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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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최경호 기자 중앙일보 광주총국장
최경호 내셔널팀 부팀장

최경호 내셔널팀 부팀장

“집회에 간 사실을 감춰 집단감염 위험을 키웠다.” 지난 7일 강임준 전북 군산시장이 ‘광복절 집회’에 참석한 확진자를 고발한 뒤 한 말이다. 그는 “무관용 원칙에 따라 엄중하게 책임을 묻고, 구상권 청구도 검토 중”이라고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후 전국 지자체들이 이른바 ‘거짓말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각종 집회·모임에 참석한 확진자들의 거짓말이 집단감염 사태를 부르는 일이 속출하고 있어서다.

경남 창원시는 지난 8일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은 시민 3명을 경찰에 고발했다. 최근 집단감염이 나온 대구 동충하초 설명회에 간 것을 숨긴 혐의를 적용해서다. 이들은 대구에 간 사실을 숨겨오다 지난 4∼6일 잇따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지난달 29일 열린 동충하초 설명회에서는 참석자 27명 중 26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됐다.

광주광역시도 확진자의 거짓진술로 큰 타격을 입었다. 광주 성림침례교회 교인이 8·15 집회에 다녀온 것을 숨기는 바람에 이른바 ‘슈퍼감염’ 사태가 벌어졌다. 그가 사실을 숨긴 채 교회를 드나드는 사이 성가대원과 교인들이 무더기로 감염됐다. 이날 현재까지 총 61명이 감염된 성림침례교회의 바이러스 전파 과정이다.

고심 끝에 광주시는 거짓진술에 대한 경각심을 높일 자료를 만들어냈다. 확진자 1명당 초래한 검사·치료 비용을 합쳐보니 4781만원이 드는 것으로 나타난 자료다.

이용섭 광주광역시장이 지난 7일 의료진을 격려하고 있다. [뉴스1]

이용섭 광주광역시장이 지난 7일 의료진을 격려하고 있다. [뉴스1]

광주시는 지난 6일 현재까지 지역 내 확진자 369명이 각각 평균 262명과 접촉한 사실을 확인했다. 최소 검사비용을 7만원으로 잡았을 때 확진자 1명이 1834만원의 접촉자 검사비를 초래한 셈이다. 확진자가 거짓말을 한 성림침례교회에서는 1840명이 검사를 받은 탓에 검사비만 1억2880만원이 들었다.

여기에 확진자 평균 치료비 837만원과 자가격리비용 등을 합치면 피해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밀접 접촉자의 경우 2주간 자가격리를 위한 긴급 생활지원비 77만4000원(2인 가구) 등을 줘야 하기 때문이다. 광주는 확진자 1명당 평균 25명의 밀접 접촉자가 나와 1935만원씩을 지급해야 할 상황이다.

광주시는 즉각 강도 높은 대응을 선언했다. “거짓말을 한 확진자에게 손해배상 등을 청구할 때 이 자료를 활용하겠다”고 엄포도 놨다. 고의로 코로나19 관련 사실을 감췄다가는 수억 원대의 돈을 물어야 할 상황을 배제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놀라운 점은 이런 강력한 처방을 듣고도 논란이나 비난 여론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어떻게든 코로나 확산만은 막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어느 정도로 견고한지를 말해주는 결과다. 결국 코로나19 사태를 넘길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힘도 성숙한 시민의식에서 찾아야 한다.

최경호 내셔널팀 부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