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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자의 V토크] “이기러 한전 왔다” 승리를 부르는 박철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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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박철우는 ’컵대회 우승에 만족하지 않겠다. 다음달 개막하는 V리그에선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상선 기자

박철우는 ’컵대회 우승에 만족하지 않겠다. 다음달 개막하는 V리그에선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상선 기자

“이겨야죠. 이기러 왔습니다.”

감독·선수를 잇는 코칭 플레이어 #외국인 선수 부부 초대 챙기기도 #팀 목표 최하위 탈출 중위권으로

7일 경기 의왕시 한국전력 체육관에서 만난 박철우(35) 표정이 밝았다. 한국전력은 지난달 한국배구연맹(KOVO) 컵대회에서 우승했다. 두 시즌 연속 V리그 최하위 한국전력은 주목받지 못했는데, 대회 통산 세 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자유계약선수(FA)가 돼 입단한 박철우 활약이 눈부셨다.

박철우의 FA 이적은 이번이 두 번째다. 2010년 현대캐피탈에서 삼성화재로 이적했다. 부인 신혜인씨가 신치용 당시 삼성화재 감독(현 진천선수촌장) 딸이라 큰 화제가 됐다. 그로부터 10년 만에 다시 팀을 옮겼다. 박철우는 “그때와 달리 마음이 편하다. 그때는 (옮기는 팀이) 경쟁 팀인 데다, 말이 많아서…”라며 웃었다. 이어 “장병철 감독님과 코치님들이 부담을 주지 않는다. 동료들도 도와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한국전력은 지난해 장병철 감독 부임 후 젊은 선수 위주로 팀을 재편했다. 그런 팀이 30대 후반으로 넘어가는 박철우를 영입한 건 리더가 필요해서다. 박철우는 카일 러셀(미국)과 그의 한국계 부인(이유하)을 집에 초대해 식사하는 등 적응을 도왔다. 장 감독은 “철우가 소통의 가교 구실을 한다”며 좋아했다. 박철우는 “감독님과 후배들 나이 차가 크다. 선수들이 원하는 걸 감독님께 말씀드리는 게 내 일이다. 감독님도 잘 들어주신다”고 말했다.

컵대회 우승이 정규시즌 성적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장 감독은 “기쁨에 취해선 안 된다”고 했다. 박철우 생각도 같다. 그는 “예전 챔프전에서 우승해도 5분 즐기고 다음 시즌을 준비했다. 솔직히 리그 때는 다른 팀이 더 좋아지긴 할 거다. 하지만 나는 이기려고 한국전력에 왔다”고 강조했다.

35살 배구선수. 결코 적은 나이가 아니다. 박철우도 “20대 때만큼 몸이 가볍진 않다. 공격하려고 뛸 때는 그래도 괜찮은데 블로킹을 하려고 뛰면 예전보다 몸이 무거운 느낌이다. 하지만 배구 자체는 만족스럽다”고 했다. 체력 관리를 위해 다양한 시도도 한다. 박철우는 “(2016년) 사회복무 요원으로 근무할 때 체지방을 줄이고, 근육량을 늘렸다. 배구 선수에겐 잘 안 맞는 것 같았다. 지난 시즌엔 채식도 시도했다. 몸은 가벼운데도 점프가 잘 안 됐다. 이제는 일반적인 식사를 하면서 잘 쉬는 데 집중한다”고 전했다.

한국전력은 지난 두 시즌을 합쳐 68경기에서 고작 10승에 그쳤다. 올 시즌에는 중위권 도약을 노린다. 김명관(23), 박태환(25), 이승준(20), 이태호(20) 등 젊은 선수들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주장도 맡은 박철우는 “컵대회에서 한 경기 한 경기 이기면서 선수들이 자신감을 얻었다. 어린 선수들이 놀라울 정도로 빨리 좋아지고 있다. 개인적으로도 (어린 선수들에 대해) 기대가 크다”고 팀의 앞날에 대한 희망을 피력했다.

의왕=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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