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CNN 등 미국 매체 4곳 취재진 기자증 갱신 지연

중앙일보

입력

미·중 대립이 격화되는 가운데 중국이 미국 언론사 소속 취재진의 기자증 갱신을 지연시켜 양국 갈등을 키우고 있다.

중국선 취재 재한 엄격…기자증 없으면 거주비자도 없어져 #中 외교부 "지연되고 있을 뿐 발급 진행중"…미국 압박용

7일 중국 외신기자협회는 성명을 통해 "블룸버그, 월스트리트저널, CNN 등 미국 매체 4곳에 소속된 기자 중 최소 5명의 기자증을 갱신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날  CNN에 따르면 기자증 갱신이 거부된 기자들은 미국 시민권자를 포함해 다양한 국적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에선 외국 언론의 취재 활동이 엄격히 제한되는데, 기자증이 없으면 중국 본토에서 거주조차 어렵다. 기자증이 만료되면 비자도 자동으로 정지되기 때문이다.

7일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 매체 기자들의 기자증이) 현재 발급중"이라면서도 "미국이 중국 취재진을 인질로 잡고 있다"고 비판했다.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캡처]

7일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 매체 기자들의 기자증이) 현재 발급중"이라면서도 "미국이 중국 취재진을 인질로 잡고 있다"고 비판했다.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캡처]

이번에 중국 당국의 조치 대상이 된 미국 매체 기자들은 기존에 발급받은 1년짜리 기자증이 만료된 경우였다. 중국 당국은 현재 이들에게 기자증 대신 유효기간이 2개월인 임시 거주 비자를 대신 발급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 중국 외신기자협회는 "이런 임시 기자증은 언제든 철회될 수 있고, 기자들이 언제 추방될지 모르는 위협 속에서 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들 매체 이외에도 더 많은 외신 기자들이 같은 상황에 처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현재 (기자증) 발급을 진행 중”이라며 "(기자증 갱신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 중국에서 보도하고 생활하는 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사실은 반대로) 미국이 중국을 압박하기 위해 중국 취재진을 인질로 잡고 있다”고 미국을 맹비난했다.

앞서 지난 6월 미국 정부는 인민일보, 환구시보 등 중국 4개 관영 매체를 ‘외국사절단’으로 지칭하고, "언론사가 아닌 국가 선전기구로 보고 규제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의 이번 기자증 갱신 지연 상황은 사실상 이에 대한 대항 조치인 셈이다.

석경민 기자 suk.gyeo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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