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아침·저녁으로 기온이 떨어지며 가을철 독감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동시 유행하는 '더블 팬데믹'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와 감염병 전문가들은 독감 환자와 코로나19 환자가 뒤섞일 경우 방역 체계에 혼란이 올 수 있는 점을 걱정해왔다. 독감과 코로나 증상이 유사해 양쪽 환자를 감별하기가 어렵고, 양쪽 환자가 동시에 늘어날 경우 치료 역량이 분산되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인플루엔자(독감) 무료 접종을 8일부터 시행한다고 7일 밝혔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생후 6개월~만 18세 어린이, 임신부, 만 62세 이상 어르신이 인플루엔자 4가 백신을 무료로 맞을 수 있다.
정부는 코로나19 유행 국면에서 독감 예방을 최대한 막기 위해 인플루엔자 무료 접종 대상을 늘렸다. 중·고생인 만 13세∼만 18세(285만 명) 및 만 62∼64세(220만 명)까지 대상자를 확대하면서다. 지원 백신도 기존 3가에서 4가로 변경했다.
이에 따라 인플루엔자 무료 접종 대상자는 2019년 1381만 명에서 올해는 1900만 명으로 크게 늘었다. 1900만 명은 전 국민의 37%가량이다.
질본은 대상자별로 접종 기간을 지정했다.
우선 2회 접종이 필요한 대상자부터 8일 시작한다. 2회 접종 대상자는 생후 6개월~만 9세 미만 어린이 중 인플루엔자 예방접종을 생애 처음으로 받거나, 올해 7월 1일 이전까지 총 1회만 받은 어린이다.
질본 관계자는 "2회 접종 대상자는 2회 모두 접종해야 충분한 예방접종 효과를 볼 수 있다"며 "1회 접종 후 한 달(4주) 안에 2회 접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 외 1회 접종 대상 어린이는 22일부터 무료 예방접종을 시작해 12월 31일까지 맞을 수 있다.
1회 접종 대상자 중 만 7∼18세(초·중·고생)는 교육부와 협력해 9~10월 집중 접종기간이 운영될 예정이다.
임신부 접종 기간은 9월 22일~2021년 4월 30일까지다.
만 62세 이상 고령층은 연령별로 접종 시기를 세분화했다. 만 75세 이상은 10월 13일부터, 만 70~74세는 10월 20일부터, 만 62~69세는 10월 27일부터 접종이 시작된다. 마감 기간은 모두 12월 31일까지다.
질본은 인플루엔자 접종이 2주 후부터 예방효과가 나타나는 점을 고려하면 11월까지 접종을 하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2018년, 2019년 모두 인플루엔자 유행주의보가 11월 15~16일 나왔다. 일반적으로 국내 독감 환자는 11월 늘기 시작해 이듬해 1월까지 크게 증가한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인플루엔자 접종을 너무 빨리 맞는 것보다 10월 말~11월 초에 맞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엄 교수는 "인플루엔자 백신 효과가 6개월가량 지속한다"며 "인플루엔자가 11월에 이어 이듬해 2~3월에도 유행하기 때문에 그 때까지 백신 효과를 유지하려면 9월보다는 10월 말, 11월 초가 낫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고령층의 경우 10월 말~11월 초 접종하는게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플루엔자 접종을 맞더라도 독감을 100% 예방할 수는 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엄 교수는 "백신은 독감에 걸릴 확률을 60~70% 예방해주는 정도이고, 노인은 예방효과가 더 떨어진다"며 "다만 사람들이 광범위하게 백신을 많이 맞을수록 감염 전파의 중간 고리가 끊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결국 정부의 인플루엔자 무료 접종 확대는 독감 환자를 최대한 줄이기 위한 전파 차단 목적이 크다는 의미다.
엄 교수는 "백신 접종을 했다고 안심하지 말고 평소 손 씻기와 마스크 착용을 철저히 하고, 따듯한 물을 많이 마시는 게 좋다"고 말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