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압박 동참하란 폼페이오…주미대사 "中은 경제 파트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6·25 전쟁 70주년인 지난 6월 미국 워싱턴DC 한국전쟁 참전기념공원에서 헌화를 마치고 취재진과 만난 이수혁 주미대사. [연합뉴스]

최근 미국 고위 관료들은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의 노력에 동맹들이 합류해 줄 것을 지속해서 요구하고 있다. 같은 생각을 가진 민주주의 국가들은 대중 연합전선을 구축하는 데 동참하라는 메시지를 발신하고, 이미 그런 움직임이 있다면서 한국을 다른 나라들과 함께 사례로 거론했다.

이수혁, "美는 안보 동맹, 中은 경제 파트너" #"한국정부 위치 선정 관련 첨예한 논쟁중" #폼페이오 "한국, 중국 밀어붙이기에 美와 협력"

하지만 이수혁 주미대사는 3일(현지시간) 한ㆍ미 동맹의 미래를 얘기할 때 미국은 동맹이지만 중국은 중요한 경제 파트너라는 점이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온전히 미국 편에 서기는 어렵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이 대사는 이날 조지워싱턴대 국제관계대학원이 화상으로 개최한 한국정책포럼에서 “미국은 한국의 동맹이고 중국은 중요한 경제 파트너”라고 전제한 뒤 “한 나라는 안보만으로 존속할 수 없다. 경제 활동이 안보만큼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보와 경제는 같이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대사는 “우리는 안보 관점에서는 (한·미) 동맹에 기대고 있고, 경제 협력은 중국에 기대고 있다”면서 “미ㆍ중 사이에서 어떻게 협력하느냐 문제는 매우 중요하고, 한국 정부의 위치 선정 관련해 아주 첨예한 논쟁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ㆍ미 동맹의 미래상을 논할 때 미국은 우리 동맹이고 중국은 역내 가장 큰 무역 파트너라는 사실, 즉 한국의 지정학적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이 처한 지정학적 특수성은 “양날의 검”이라면서 “우리가 어떻게 다루고 활용하느냐에 따라 강점도, 약점도 될 수 있다”고 했다.

이 대사는 한·미동맹 균열과 관련된 질문에는 “아주 강력하고 건강한 동맹”이라며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다만, 지금은 한국도 미국도 사회ㆍ정치ㆍ경제적 상황이 과거와는 완전히 달라져 안보뿐만 아니라 경제 등 여러 사안에서 이견이 있을 수 있다고 부연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지난 2일 국무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대사가 언급한 것처럼 실제 '한국 정부의 위치 선정과 관련된 첨예한 논쟁'은 눈앞의 현실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2일 (현지시간) 보수성향 라디오 프로그램 '아메리카 퍼스트'에 출연해 “미국은 오랜 기간 중국이 벗겨 먹는 동안 참았는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응해야 한다고 인정한 첫 대통령”이라면서 “이제 뱃머리가 돌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해야 할 일은 더 있지만 우리는 호주ㆍ일본ㆍ한국과 세계 나라들이 우리에게 합류하는 것을 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중국을 견제하고 압박하는 미국의 정책에 한국 등이 합류했다는 취지의 압박성 메시지로 보인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1일에는 폭스비즈니스TV에 출연해 중국 견제와 관련해 “친구와 동맹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지난 2년간 노력했고, 진정한 진전을 이뤘다”면서 “인도나 호주, 일본이나 한국 등 친구들이 자신의 국민과 나라에 대한 (중국의) 위협을 알게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모든 전선에서 (중국을) 밀어붙이기 위해 미국과 협력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은 지난달 31일 미국ㆍ인도ㆍ일본ㆍ호주 등 4개국으로 구성된 대화체 ‘쿼드(Quad)’를 국제기구로 만들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여기에 한국과 베트남 뉴질랜드를 더한 ‘쿼드 플러스’ 공식화에 대해서는 “어느 시점에는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인도ㆍ태평양을 중심으로 반(反) 중국 전선을 구축하기 위한 미국의 장기 구상에 한국이 포함된 셈이다.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도 2일 2차 세계대전 종전 75주년 기념식 기조연설에서 중국에 맞서는 광범위한 군사동맹을 구축해야 한다면서 한국을 언급했다. 에스퍼 장관은 “미국은 자유롭고 개방적인 질서에 대한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으며, 파트너들의 더 광범위한 협력을 구축하고 있다”면서 한국과 일본, 호주 같은 동맹국과 아세안(ASEAN), 인도 등을 대상으로 거론했다.

중국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호혜적 무역이 아닌 약탈적 경제, 국제적 의무를 지키지 않는 나라 등의 표현으로 중국에 대한 견제임을 분명히 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