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는' 트위터-페이스북 위에 '나는' 트럼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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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노스캐롤라이나 윌밍턴에서 이른바 '이중 투표'를 권장하는 발언을 해 논란이 됐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노스캐롤라이나 윌밍턴에서 이른바 '이중 투표'를 권장하는 발언을 해 논란이 됐다. [AP=연합뉴스]

잇따라 논란의 글을 올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이를 처리하려는 페이스북·트위터 간의 쫓고 쫓기는 싸움이 계속되고 있다. 이번엔 11월 대선에서 우편 투표와 현장 투표를 모두 하라는, 이른바 '이중 투표'를 두고 논란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 '이중 투표' 권장해 논란 #"우편으로 한 번, 현장에서 한번 더 투표" #트위터·페이스북은 숨김 혹은 삭제 조치 #저커버그, 대책 내놨지만 "불충분" 지적

트럼프 대통령이 이 이야기를 먼저 꺼낸 것은 2일(현지시간) 노스캐롤라이나 유세에서다. 우편 투표를 하는 사람들에게 "나중에 투표장을 직접 찾아가 또 한번 투표를 하라"고 제안했다.

다음날 트위터를 통해 한 걸음 더 들어갔다. "가급적 빨리 우편 투표에 서명하고 투표용지를 보내라"면서 "선거일에는 직접 투표소로 가보라"고 했다. 자신의 우편 투표가 잘 집계됐는지 확인한 뒤, 안 됐으면 현장 투표를 또 하라는 이야기였다. 집에서 우편으로 보낸 투표용지가 나중에 개표소에 도착하더라도, 이미 현장 투표를 했으니 문제 되지 않을 거라고도 했다.

하지만 워싱턴포스트는 현재 많은 주에서 이런 이중 투표가 불법이라고 보도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이야기를 꺼낸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선 중범죄로 다루고 있다.

이 주의 조시 스타인 법무장관(민주)은 "감옥에 가고 싶은 사람에겐 좋은 아이디어"라며 "반드시 투표해야 하지만 두 번 하지는 말라"고 경고했다.

잇따르는 트위터·페북 허위 발언, "숨김 조치만으론 부족" 

이날 트위터는 이와 관련한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을 모두 숨김 조치했다. 페이스북도 이런 발언이 담긴 트럼프 대통령의 동영상을 삭제하겠다고 밝혔다.

선거와 관련한 가짜 정보 문제가 점점 심각해지자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인 마크 저커버그가 3일(현지시간) 직접 대책을 발표했다. 잘못된 정보에 적극적으로 '딱지'를 붙이는 한편, 대선 일주일 전부터는 새로운 정치 광고를 받지 않겠다고 했다. 선거 직전, 팩트 체크가 불가능한 거짓 광고가 퍼지는 것을 막겠다는 의도에서다.

하지만 CNN은 효과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때쯤이면 이미 우편으로 투표를 끝낸 사람들이 많을 것이고, 그 이전에 올린 허위 광고는 여전히 타임라인을 돌아다닐 거란 지적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이중 투표'를 권장해 논란이 된 트윗들. 트위터 측에서 '숨김' 조치를 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이중 투표'를 권장해 논란이 된 트윗들. 트위터 측에서 '숨김' 조치를 했다.

최근 페이스북이나 트위터가 잘못된 내용의 포스트를 숨김 혹은 삭제 처리하는 것도 충분하지 않단 이야기가 나온다. 어떤 부분이 잘못됐는지 설명 없이 무턱대고 규정을 위반했다는 글만 남겨놨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소셜미디어 업체들이) 그동안 민주주의를 보호해야 할 책임을 등한히 했다"며 "작은 부분만 손댈 게 아니라 더 크게 바꿔야 한다"고 트위터에 남겼다.

워싱턴=김필규 특파원 phil9@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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