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 급락, 이게 끝 아니다? "건강한 조정" vs "곧 추락"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뉴욕증권거래소

뉴욕증권거래소

미국 뉴욕 주가가 3일(현지시간) 가파르게 떨어졌다. 미국 주식을 직구한 투자자들의 신경이 곤두섰다. ‘일시적 조정’인가 아니면 ‘투매 전조’인가?

8월 한달 다우지수 상승폭은 32년 최고, 나스닥은 20년 최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침체 와중에 주가 급등 #미 버블 전문가 고(故) 하이먼 민스키가 말한 그 순간과 닮은꼴 #'버블커브'를 개발한 로드리그 교수, "과잉이 잘 조절되면 투매 오지 않을 수도"

이날 다우지수는 807.77포인트(2.78%) 밀린 2만8292.73에 마감됐다. 하루 하락 폭으론 6월 11일 이후 최대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125.78포인트(3.51%) 내린 3455.06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 또한 6월 초 이후 가장 많이 떨어졌다. 나스닥 지수는 더 많이 떨어졌다. 이날 598.34포인트(4.96%) 미끄러져 1만1458.10까지 내려앉았다.

8월 강세장 직후 발생한 급락 

로이터 통신은 이날 월가 전문가의 말을 빌려 “이날 주가 하락으로 8월 한 달 동안 이어진 오름세가 예외적이었다는 사실이 새삼 드러났다”고 했다.

실제 올해 8월 한 달 다우 상승 폭은 1984년 이후 36년 최고였다. 나스닥은 2000년 이후 가장 많이 올랐다. 미국 금융 역사가들이 즐겨 쓰는 표현을 빌리면, ‘요란한(roaring) 8월’이었던 셈이다.

실물 vs 증시 괴리  

그런데 8월 상승은 경제 현실과 어울리지 않는 풍경인 것만은 분명했다. 미국 등 주요 나라 실물 경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침체 상태였다. 로이터 통신은 “침체 와중에 현금이 풍부하고 수익력을 유지할 수 있는 기술주 등에 돈이 몰렸다”고 전했다.

하이먼 민스키와 민스키 모멘트

하이먼 민스키와 민스키 모멘트

그 바람에 뉴욕 증시는 실물경제와는 어울리지 않게 고공 행진하는 비현실적인 모습이었다. 금융 버블의 대가인 고(故) 하이먼 민스키가 말한 실물-금융의 괴리가 벌어진 상황(민스키 모멘트)을 떠올리게 할 만했다.

포트폴리오 조정 현상 나타나 

이제 국내 원정개미 또는 미 주식 직구족의 관심은 이날 급락의 성격이다. 일시적 조정일까 아니면 투매의 전조일까?

나티시스투자의엣티드웨크글로벌매크로전략 담당은 이날 마켓워치와 인터뷰에서 "기술주를 비롯해 전반적 증시가 사실 6월 이후 크게 빠진 적이 별로 없었다”며 “이런 점에서 2일 급락은 '건강한 조정'”이라고 말했다.

이럴 때 증시에서는 포트폴리오 조정 현상이 나타난다. 실제 포트폴리오 조정 현상이 없지는 않았다. 코로나19 사태 와중에 많이 내린 크루즈와 대형 백화점 종목이 눈에 띄게 올랐다.

반면, 블룸버그 통신은 이날 비관론자의 진단과 전망을 소개하면서 “두려움이 커지고 있다”며 “앞으로 한 두 달 사이에 나스닥 지수가 하루 6~8% 추락하는 일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 전문가의 말을 전했다.

미국 장 폴 로드리그 교수가 2008년 만든 버블 커브

미국 장 폴 로드리그 교수가 2008년 만든 버블 커브

조정이 충분하지 않으면 투매로 이어질 수도 

‘버블 커브(국내에선 민스키 모델)’를 만든 장 폴 로드리그 미국 뉴욕 호프스트라대 교수는 이날 기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조정과 투매는 서로 배타적인 개념이 아니다”며 “민스키 모멘트가 나타나도 모두 추락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실물과 증시 사이 괴리가 주가 조정 등으로 완화되면, 투매 등은 현실화하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로드리그 ‘버블 커브’에서 자산 가격은 1차 하락 뒤에 다시 상승한다. 이때 시장 참여자들은 대세상승이 이어지는 줄 알고  다시 베팅한다. 이때 과잉 때문에 자산가격은 추락하며 투매가 뒤따른다.

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