性호르몬, 이성 원초적 본능 자극 논란

중앙일보

입력

남녀의 성 호르몬과 유사한 화학물질을 이성이 서로 냄새 맡을때 독특한 뇌반응을 일으키며, 이는 인간에게도 페르몬(pheromones)이 존재하는 증거가 될 수 있다고 스웨덴의 연구진들이 주장했다.

워싱턴포스트는 28일 과학 주간지 뉴런 최신호(27일자)를 인용해 이같은 연구결과를 보도했다.

페르몬은 같은 종(種) 동물 개체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에 사용되는 체외분비성물질 또는 포유동물의 짝짓기 등 원초적인 행동을 유발하는 냄새 없는 분자로 규정되며, 인간에게도 존재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스톡홀름 카롤린스카 의과대학은 남녀 24명을 대상으로 뇌 검사를 한 결과 여성의 경우 남성 호르몬의 테스토스테론(testosterone)과 유사한 물질에 노출됐을때 성행위를 조절하는 기능을 담당하는 뇌의 한 부분이 흥분상태로 변하는 것을 발견했다.

남성은 이와는 반대로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estrogen)과 유사한 화학물질에 노출됐을때 유사한 현상이 생기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러한 화학물질이 뇌에 특정 반응을 일으키는 것은 겨드랑이 냄새제거제를 만드는 업체나 연애주의자들에게 관심있을 법한 향수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실험결과는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지금까지 오랫동안 일반에게는 인간 페르몬이 마냥 존재하고 있는 것처럼 여겨지면서 이성에 매력을 호소하기 위한 사람들이 미약(媚藥) 또는 향수 제품을 구입하기 위해 안달했지만, 과학자들은 정말로 존재하는 지에 대해서 논쟁을 벌여왔다.

버클리 캘리포니아대학의 신경과학자 놈 소우블은 이번 연구결과에 대해 "아주 훌륭하며, 자극적이고 흥미롭다"고 말했다.

동물들의 경우 페르몬은 성행위 외에도 방위 및 영역 표시 등 광범위한 용도로 이용되고 있다. 과학자들은 동물들의 콧구멍 안쪽에서 다른 동물이 방출하는 화학신호, 즉 페르몬을 감지하는 기관(VMO)을 찾아냈다.

인간도 페르몬에 의해 유사한 영향을 받는다는 일부 증거가 제시되고 있기는 하다. 즉, 모여 사는 여성들의 경우 월경(月經)도 함께 시작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페르몬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라는 것이 과학자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연구에서 과학자들은 인간에게 명확히 페르몬과 같은 역할을 하는 화학물질을 찾아내지 못했으며, 인간도 이른바 VMO 기관을 가지고 있는 지에 대해서는 밝혀내지 못했다.

연구진은 이러한 화학물질이 정확히 어떠한 것인지에 대해 알 수 없으나 시험결과 성행위를 조절하는 자율 신경계의 중추인 시상하부(視床下部)가 반응했다고 점을 분명히 했다.

원숭이들의 경우 시상하부의 반응으로 짝짓기 과정에서 수컷의 성기가 발기되거나 암컷은 구애행위를 한다는 보고도 있다고 연구진은 덧붙였다. (워싱턴=연합뉴스) 김성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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