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과 교감하는 스포츠 '승마' 각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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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가 곧게 뻗어 있고 통통하게 살이 오른 말등에 살짝 올라본다.

새파란 가을 하늘은 눈물마저 핑 돌 정도다. 말과 한 몸이 돼 푸른 초원 위를 쉼없이 달리다 보면 이마에 흐르는 땀줄기는 바람을 타고 허공으로 날아간다.

그리고 거칠게 몰아쉬는 말의 숨소리에서 가을을 듣는다. 승마는 동물과 인간이 호흡을 맞추며 같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운동.

강원도 원주의 섬강을 끼고 좁은 길을 따라 승용차로 10여분을 들어가니 고려승마클럽(원주시 지정면 안창리)이 나타났다.

가을 뙤약볕에 아랑곳 않고 초원 위를 뛰노는 말들의 모습이 자못 시원스럽기만 하다. 승마클럽은 초가을을 맞아 외승(外乘.야외로 말을 타러 나가는 것)을 즐기기 위해 찾은 동호인들로 붐빈다.

오솔길을 지나 섬강 기슭에 이르자 말들도 가을 햇볕이 따가운 듯 이내 물속으로 발을 담근다. 무릎 깊이의 강물 속에서 물보라를 일으키며 말을 달리는 승마 매니어들이 한없이 부럽게 보인다.

승마클럽 김정일 대표는 "수중 승마는 돌발 상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초보자에게는 언감생심" 이라고 설명한다. 3~4일간은 자세교정과 말을 모는 법을 배운 후 혼자 울타리 안에서 말을 탈 수 있는 과정을 거치면 교관과 함께 외승을 나갈 수 있고 위기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만 생기면 혼자서도 외승을 즐길 수 있다.

교관에게서 30여분 이론교육을 받고 등자에 발을 올려 일곱살배기 '타키' 의 등에 올라탔다. 서툰대로 혓소리를 내고 발 뒤꿈치로 말의 배를 차보았지만 꿈쩍도 않는다.

배운대로 다시 말의 얼굴을 쓰다듬은 뒤 세게 박차를 가하니 그제야 발굽을 뗀다.

네 발을 따로 움직이는 평보를 걷다가 두박자의 속보, 다시 세박자의 구보로 속력을 높이자 '혹여 말 등에서 떨어지는 낭패를 보지 않을까' 하는 긴장감이 감돈다.

몸은 상하로 춤을 추고 이마에서는 비오듯 땀이 흐른다. 초보운전자처럼 여유있게, 주위를 살필 겨를이 없다. 그래도 한참을 타보니 고개를 돌릴 수 있는 조금의 여유가 생긴다.

초가을의 산야가 눈에 들어오고 말 위에서 맞는 가을 바람은 시원하다. 고삐를 당기는 방향으로 말 역시 머리를 돌려 진로를 바꾼다.

30여분을 달렸을까. "워~" 하고 소리를 내며 고삐를 부드럽게 잡아당기자 말이 걸음을 멈춘다. 땀방울이 흥건히 뱄다. 말에서 내려 목덜미를 쓰다듬어주니 큰 눈망울을 꿈벅한다. 말과 하나가 된 기분이다.

◇ 어디서 탈 수 있나=대부분의 승마클럽은 회원제가 원칙이지만 초보자들을 대상으로 1회 체험승마를 운영하거나 10회짜리 쿠폰을 판매한다.

운악승마클럽(경기도 포천군 화현면.031-532-3732)은 한시간 가량 승마를 즐기는데 5만원을 받는다.

초보자를 대상으로 몽고말(체고 1백30㎝)을 타고 외승을 나가는 1일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코스에 따라 5만~15만원. 5인 이상이라야 신청이 가능하다.

고려승마클럽(033-732-0906)은 1회 체험승마는 없지만 10회 이용쿠폰을 40만원에 판매하고 있다. 세명이 10회 쿠폰을 나눠 이용해도 된다. 섬강을 끼고 있어 수중 승마를 즐길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남양승마클럽(경기도 화성시 장덕동.031-356-8421)은 1회 승마(1시간)에 4만원을 받는다. 초보자 혼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쿠폰 10장을 25만원에 판매한다. 초보 수준을 벗어나면 인근 궁평리 해변에서 해변 승마를 즐길 수 있다.

일산승마클럽(031-977-0227)에서는 월 26만원을 내면 레슨을 받으며 7회 승마를 즐길 수 있다.

승마클럽은 전국적으로 1백여곳이나 되지만 관련 법률에 의해 정식으로 등록한 업체는 18곳. 승마를 즐기다 사고를 당하면 등록된 승마장에서만 보험혜택을 받을 수 있다.

복장은 편한 바지에 운동화 차림이면 충분하다. 승마클럽에서 승마용 모자나 가죽 각반을 무료로 빌려준다.

*** 승마는 어떤운동?

승마만큼 격렬한 운동도 없다. 전신운동으로 하체가 강해지고 허리가 유연해지며 특히 살빼는데 이보다 더 좋은 운동이 없다. 승마의 기본은 상체를 곧게 펴고 말등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것. 힘과 기술이 아니라 유연성이 가장 중요하다. 때문에 남성보다 여성이 더 쉽게 배울 수 있다.

또한 귀족스포츠로 불리웠던 승마는 한겨울에도 땀이 좍좍 흘릴 정도로 운동량이 많은데 여름철에는 30분만 뛰어도 말이 녹초가 되기때문에 외국에서는 벌써부터 본격적인 겨울스포츠로 자리잡고 있다.

'말이 달릴 뿐 기수는 가만히 앉아 있으면 되는 것' 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으나 천부당 만부당한 이야기다. 말의 움직임에 따라 상하체를 계속 움직여줘야 하기 때문에 운동량은 상당히 크다.

골반 등 평소 안 쓰는 근육을 사용하게 되고 말의 움직임에 따라 상체가 흔들리기 때문에 장(臟)운동이 저절로 된다. 승마 교육은 전문 자격증이 있는 교관으로부터 1대1로 이루어진다. 말은 땅에서 높이가 1백45~1백80㎝. 안장을 올리면 10㎝ 더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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