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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국가채무비율 2045년 꺾인다”…전문가 “비현실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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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2045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최고 99%로 치솟을 수 있다는 정부 공식 전망이 나왔다. 기획재정부는 이런 내용의 ‘2020~2060년 장기재정전망’을 2일 내놨다. 기재부는 현상 유지, 성장률 하락세 완화, 인구 감소 폭 둔화 등 세 가지 시나리오를 가정했다.

기재부 2020~2060년 재정 전망 #“2045년 99% 찍고 2060년 60%대” #전문가 “지나친 장밋빛 기대” 비판 #국민연금 현 추세면 2056년 고갈

현상 유지 시나리오에 따르면 국가채무비율은 계속 상승해 97(2042년)~99%(2045년)에서 정점을 찍는다. 재정위기를 우려해야 할 수준이다. 이는 실질성장률이 2020년대 평균 2.3%에서 2050년대 0.5%로 떨어지고 인구는 2060년까지 올해 대비 894만 명,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1678만 명 줄어든 걸 상정했다.

2060년 GDP 대비 국가채무 전망.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2060년 GDP 대비 국가채무 전망.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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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후에는 채무 비율이 감소해 2060년에는 65~81% 수준이 된다는 게 정부의 예상이다. 성장률 하락세가 완화하고 인구 감소 폭이 둔화하는 낙관적인 시나리오에서도 2040년대 중반까지는 채무 비율 전망치에 큰 차이는 없다. 2041~2044년에 84~97%까지 오른 뒤 이후 감소한다.

나주범 기재부 재정혁신국장은 “2040년대 중반까지는 채무 증가 속도가 경상 GDP 증가 속도보다 빠를 것”이라며 “하지만 2040년대 후반 이후부터는 정부 지출이 줄어 채무 증가세가 GDP 증가 대비 적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한국판 뉴딜 등을 통해 성장률 하락 속도를 늦춰 국가채무비율을 2060년 60% 수준으로 관리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지나친 ‘장밋빛’이란 지적이 나온다. 사실 정부가 먼 미래의 재정 상황을 전망한 건 2015년 이후 두 번째다. 5년 만에 전망치를 크게 흔든 것이다.

GDP 대비 국민연금 재정수지 전망.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GDP 대비 국민연금 재정수지 전망.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2015년에는 2060년 국가채무비율을 38.1~62.4%로 예상했다. 정부의 ‘2020~2024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2024년 국가채무비율은 이미 58.3%에 이른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8년 말 내놓은 장기 재정전망에서도 2040년 65.6%, 2050년 85.6%였다.

안창남 강남대 경제세무학과 교수는 “코로나19라는 특수성이 있다고 해도 현재와 같은 나랏돈 씀씀이가 이어지면 이미 위험 수위에 도달한 국가채무비율 증가세를 멈추기 어려울 것”이라며 “2040년 이후 감소할 거라는 전망은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짚었다. 최원석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정부가 목표대로 채무 비율을 관리하려면 정치권이 흔들 수 없도록 강력한 재정준칙을 법으로 못 박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회보험 분야 전망도 암울하다. 현 제도와 경제 상황이 유지될 경우 국민연금은 2041년에 적자로 돌아서, 2056년 고갈된다는 게 정부 전망이다. 5년 전 전망에 비해 고갈 시점은 2060년에서 4년 앞당겨졌다. 사학연금은 2029년에 적자가 되고 2049년에 기금이 바닥날 것으로 예측했다. 정부는 “인구구조 변화에 따라 사회연금 및 보험 부문의 지속 가능성이 부족한 만큼 개혁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세종=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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