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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절 지켜야' 남편과 합장 허용하는 국립묘지법…法 "정당하다"

중앙일보

입력

제65회 현충일인 지난 6월 6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유가족들이 참배를 하고 있다. 뉴스1

제65회 현충일인 지난 6월 6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유가족들이 참배를 하고 있다. 뉴스1

국가유공자 남편이 사망한 뒤 재혼한 아내는 국립묘지 합장 대상에서 제외하는 현행 법규는 '정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국립묘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국립묘지 안장 대상자가 사망한 후 다른 사람과 혼인한 배우자'는 합장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김국현 부장판사)는 한국전쟁에 참전했다가 전사한 국가유공자의 아들인 A씨가 국립서울현충원을 상대로 낸 소송을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A씨는 국립묘지에 묻힌 아버지와 어머니를 합장하고자 했으나 현충원 측에서 거부당하자 '국립묘지 배우자 합장 거부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냈다. 앞서 A씨의 어머니는 남편의 사망 후 재혼을 했고 지난 2004년 사망했다.

A씨는 "재혼했다는 이유만으로 합장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수절을 강요하는 전근대적인 것"이라며 이 규정이 국가의 혼인 보장 의무를 규정한 헌법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이 사건에서 국가가 보장해야 하는 혼인은 A씨 어머니의 초혼과 재혼 모두"라며 "어머니가 두 차례 혼인하는 과정에서 자유를 보장받지 못했다고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재혼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주장에도 "국립묘지에 합장할 지위를 잃는다는 것이 재혼 의사를 왜곡할 정도로 결정적 요소가 된다고 볼 수 없다"며 "재혼으로 인해 초혼에서의 지위를 일부 잃더라도 이는 자유의사에 따른 선택의 문제"라고 했다.

A씨는 전후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홀로 자식들의 생계를 꾸리기 어려워 재혼한 어머니를 합장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헌법상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고도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를 두고 "국립묘지의 안장 범위를 정하는 것은 입법자가 여러 사정을 고려해 정책적으로 결정한 것"이라며 "누군가의 자유를 제한하려는 것이 아니므로 행복추구권 침해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함민정 기자 ham.minj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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