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타입 따라 '햇볕정책'도 달라야

중앙일보

입력

휴가를 다녀온 뒤 햇볕 화상에 고생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같은 자외선을 쪼이더라도 사람마다 화상을 입는 정도가 다르다.

피부색에 따라 자외선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는 멜라닌 색소의 양이 다르기 때문. 때마침 국내 처음으로 '한국인 피부 햇볕 민감도 조사' 가 나왔다.

자신의 피부 타입을 알아 자외선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해 보자.

서울대병원 피부과 윤재일 교수팀이 1998년부터 3년간 전국 남녀 성인 1천2백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이번 조사는 자외선의 피부 민감도에 따라 1형에서 6형까지 여섯 단계로 나누는 국제기준을 따랐다. 6형으로 갈수록 자외선에 강한 것을 의미한다.

피부 민감도는 자외선을 쪼인 뒤 생기는 홍반이나 멜라닌 색소의 침착 정도를 측정해 계산하며 이것이 여의치 않을 경우 의사가 직접 환자의 피부를 눈으로 보고 과거 햇볕에 대한 피부의 화상 여부를 묻는 설문조사 방식을 통해 이뤄졌다.

일반적으로 피부가 하얄수록 1형에 가깝고 검을수록 6형에 가깝다. 문제는 미용상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하얀 피부일수록 자외선에 취약하다는 것.

이번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 10명 중 1명은 백인에 가까운 흰색 피부를 갖고 있어 햇볕에 주의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외선에 가장 예민한 1형(언제나 심하게 탄다)이 2.4%, 2형(자주 심하게 탄다)이 8.8%로 나타난 것. 1형과 2형은 피부가 하얀 서구 백인과 같은 민감도다.

한국인은 3형(적당히 탄다)이 가장 많아 48.8%를 차지했으며 4형(약간 탄다)이 22.2%, 5형(잘 안탄다)이 17.8%로 나타났다. 흑인의 피부를 의미하는 6형은 전무했다.

尹교수는 "피부가 하얀 사람들은 자외선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는 멜라닌 색소가 적어 같은 일조량이라도 화상이나 주름살 등 피부손상과 피부암이 잘 생긴다" 고 말했다.

성별 차이도 두드러졌다. 1형의 경우 여성이 남성보다 3배나 많은 반면 4형은 남성이 여성보다 2배 가량 많아 상대적으로 여성이 햇볕에 취약한 것으로 밝혀졌다.

연령별로도 차이가 나 1형의 경우 20대가 50대보다 4배나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직업별론 실내 근무자가 실외 근무자보다 5배 가까이 1형과 2형이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결론적으로 실내에서 근무하는 젊은 여성일수록 햇볕에 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尹교수는 "1형과 2형 등 피부가 하얗고 과거 경험상 피부에 잠깐 노출되어도 까맣게 타는 대신 발갛게 붓고 아픈 화상이 생기는 사람은 외출할 때마다 자외선 차단지수가 30 이상인 자외선 차단크림을 바르는 습관을 갖는 것이 좋다" 고 권유했다.

눈여겨 볼 것은 자외선 A의 차단효과다. 드림피부과 이호균 원장은 "자외선 차단지수는 자외선 B의 차단효과를 나타낸 수치이므로 피부가 하얀 사람일수록 제품을 고를 때 자외선 A까지 차단할 수 있는지 제품 겉포장의 표기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고 말했다.

자외선 B는 피부화상과 피부암을 주로 일으키는 반면 자외선 A는 주근깨와 기미.검버섯.주름살 등 피부노화에 주로 관여한다.

<햇볕 민감도에 따른 피부 유형과 비율>

1형-언제나 심하게 탄다. 색소침착 없다. 백인종(2.4%)

2형-자주 심하게 탄다. 약간 색소침착. 하얀 피부(8.8%)

3형-적당히 탄다. 보통 색소침착. 연한 갈색(48.8%)

4형-약간 탄다. 색소침착 많다. 갈색(22.2%)

5형-잘 안 탄다. 항상 색소침착. 진한 갈색(17.8%)

6형-거의 타지 않는다. 흑인종(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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