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 성인 그룹 홈 '마라회' 자활 성공

중앙일보

입력

서울 송파구 문정1동 주택가에선 '마라회' (원장 이영민)집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여기에는 19~26세의 중증 자폐성인 아홉명이 산다. '마라' 는 '없어서는 안될 소중한 것' 이라는 뜻의 우리 고어로, 이 집은 1994년 李원장과 자폐아 부모들이 사서 '그룹 홈(공동생활가정)' 으로 만든 곳이다.

당초 마라회는 강화도에 자리를 잡으려 했었다. 부지까지 계약해 놓고 군청에 건축허가를 냈으나 동네 주민들이 플래카드를 내걸고 시위를 하는 바람에 포기했다. 하는 수 없이 당시에는 변두리였던 문정동으로 왔다.

그것도 단번에 이사를 못하고 李원장이 혼자 입주해 두달 동안 동네 주민들의 환심을 산 뒤 차례로 식구들을 불러들였다.

李원장은 "처음엔 문도 제대로 못 열어놓고 살았다" 며 "외환위기 때가 가장 어려웠지만 그게 동네 주민들의 인식을 바꿔놓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고 회고한다.

장애인들도 꿋꿋이 살아가는데 정상인들이 무언들 못하겠느냐는 자극제가 됐던 것. 지금은 동네 주민들이 가장 든든한 후원자다.

마라회는 설립한 지 13년 만인 지난해 10월 처음으로 정부 지원금을 받았다.

현행 규정상 그룹 홈은 장애인을 6개월씩 순환시켜야 하는데, 마라회는 중증 장애인만을 대상으로 운영해 순환시킬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마라회는 요즘 새 꿈에 부풀어 있다. 집앞에 마련한 보호작업장에서 한지 공예품을 만들어 인사동이나 공항면세점에 내다 파는 것이다. 자립의 기틀도 되겠지만 무엇보다 중증 자폐아도 홀로 설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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