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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받으란 문자에 화들짝···코로나 공포, 하루가 열흘 같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 통보를 받은 순간부터 ‘음성’ 판정 문자메시지를 받기까지 총 20시간 30분 걸렸다. 하지만 혹시나 하는 불안감에 지난 24일 하루는 열흘만큼 길게 느껴졌다.

대전시 언론인 확진에 접촉자 검사 통보 #지난 24일 보건소에서 검사뒤 음성 판정

대전 서구보건소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들이 검사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대전 서구보건소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들이 검사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음성 판정까지…하루가 열흘 같은 불안감   

 기자는 지난 23일 자정쯤 집에서 졸음이 쏟아지자 누웠다. 그 순간 휴대폰에서 문자메시지 도착을 알리는 알람이 울렸다. 대전시청 대변인실에서 보낸 메시지에는 ‘시 출입기자분들은 8·18일 (대전시청) 방문 기자에 한해 동·중·대덕보건소(서·유성은 대기자 많음) 검사받으시고 시청 기자실은 접촉자 검사결과 완료 및 역학조사 마무리될 때까지 당분간(별도 통보) 폐쇄됨을 알려드립니다’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읽는 순간 잠이 확 달아났다. 곧바로 대변인실 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무슨 일이 있냐”고 했더니, “대전시청 기자실에서 확진자가 나왔다”고 했다. 대전 216번 확진자(60대 여성)인 모 인터넷 언론 기자가 지난 18일 시청 보건복지국장 주관의 언론 브리핑에 참석했다고 전했다.

 이 확진자는 지난 16일부터 증상이 발현됐지만 23일에야 검사를 받은 뒤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했다. 증세가 나타났는데 8일 동안이나 외부활동을 한 것이었다. 대변인실 관계자는 “이 확진자와 대변인실 또 다른 직원과 밀접 접촉했고, (당신이) 밀접 접촉한 직원과 접촉하셨으니 검사를 받는 게 좋겠다”고 권했다.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 확진자와 접촉한 대변인실 직원과 지난 23일 점심을 먹은 기억이 떠올랐다. 순간 불안감이 밀려왔다. 코로나19가 식사를 통해 감염되기 쉽다고 전문가들이 숱하게 지적했기 때문이다.

발열 등 유사 증세 없는 데도 불안

 다행히 그동안 발열이나 기침 등 코로나19 관련 증세는 없었다. 그래도 “만약 감염됐으면 어떡해야 하나”하는 걱정에 새벽 1시가 넘어서야 간신히 잠이 들었다. 아침에 잠이 깨자 집에서 가장 가까운 대전 서구보건소 선별진료소를 찾았다. 오전 8시40분쯤 도착했는데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려는 시민들이 입구부터 길게 줄을 서 있었다.

대전 서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검사를 받기 위해 시민들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대전 서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검사를 받기 위해 시민들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대기하는 동안 보건소 관계자가 번호표를 나눠주고 체온을 측정했다. 이어 번호표에 체온을 적었다. 36.7도 였다. 보건소 관계자는 ‘검사 신청 및 개인정보 수입 이용제공’ 동의서를 작성했다. 이름과 전화번호, 주소 등을 물어본 뒤 동의서에 기재했다.

입과 코에 면봉으로 검체 채취에 불과 2분

 검사 시간은 생각보다 짧았다. 칸막이처럼 설치된 간이진료소에 앉자 방호복을 입은 직원이 다가왔다. 마스크를 내리고 입을 벌리라고 하더니 면봉처럼 생긴 검체 채취 도구를 목 안에 깊숙이 찔러 넣었다. 이어 또 다른 면봉으로 왼쪽 콧구멍을 찔렀다. 콧구멍이 얼얼했다. 이렇게 조사하는 데 약 2분 정도 걸렸다. 조사를 마친 의료진은 기자가 앉은 의자를 소독하더니 손과 몸에도 소독약을 뿌렸다.

격리대상자를 위한 생활수칙 안내문

격리대상자를 위한 생활수칙 안내문

 보건소 측은 ‘코로나19-행동 수칙 안내문’을 건네준 뒤 간단히 설명했다. “검사 결과는 이르면 당일, 늦으면 하루 뒤에 나올 것”이라고 알려줬다. 또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집에 머물러야 하며 식구들과 식사도 따로 먹는 등 격리된 생활을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집에는 고3 수험생 딸…식구와 격리 '식은땀'

 검사를 하고 집에 왔지만, 또 다른 고민이 기다리고 있었다. 한 집에서 식구와 격리된 생활을 하는 게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서울에서 대학에 다니는 아들은 이번 2학기에 대면 강의를 못 하게 되자 아예 짐을 싸서 집에 내려와 있는 상태였다. 게다가 딸은 고3 수험생이다. 수능시험을 100일 정도 남겨둔 딸을 생각하니 식은땀이 흘렀다.

 방 한 칸을 차지한 뒤 문을 닫고 혼자 머물렀다. 점심과 저녁 시간에는 식구들이 밥을 먹은 다음에 혼자 먹었다. 물컵도 별도로 사용했다. 아들은 “이미 접촉한 지가 며칠 지났는데 인제 와서 격리해봐야 무슨 의미가 있겠냐”고 했다. 생각해보니 맞는 말 같았다.

대전시청에서 보낸 코로나19 검사 통보 메시지.

대전시청에서 보낸 코로나19 검사 통보 메시지.

 혼자 방안에서 노트북 컴퓨터를 켜고 일을 시작했다. “설마 양성 판정이 나겠냐”는 마음으로 일에 집중하려 했지만, 생각만큼 되지 않았다. 자꾸 결과가 궁금해졌다. 시청 대변인실 관계자에게 카카오톡으로 문자메시지를 날렸다. “결과가 언제 나오냐”고 여러 차례 물었다. 오후 7시50분쯤 되자 이날 다른 보건소에서 검사를 받은 몇몇 기자가 음성 판정을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검사 뒤 11시간 30분만에 음성 판정 통보  

 하지만 정작 서구보건소에서는 소식이 없었다. 대변인실 관계자는 “서구가 검사 건수가 많아 늦어지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초조한 마음에 시계로 눈이 갔다. 오후 8시29분에 기다리던 휴대폰 알람이 울렸다. ‘코로나19 검사결과 음성입니다’라는 메시지였다. 보건소에서 검사를 받은 지 11시간 30분 만이었다. 음성 판정 소식을 읽는 순간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반면 종전보다 더 경각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25일 오후 6시 현재 전국 확진자는 1만7948명이다. 지난 14일 이후 재확산하고 있다.

대전=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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