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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왜 뿌려대, 日 떠나라” 집단감염 고교 축구부 이지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최근 일본 내 학교 운동부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을 놓고 이들 부원을 향한 도 넘은 비난이 속출하고 있다고 요미우리 신문이 23일 보도했다. 코로나19 지역 전파의 주범으로 비난을 받은 학생들이 정신적 충격을 호소하는 일까지 벌어져 학교 측이 심리 상담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비난 전화 수십통...학생들 사진 퍼가 "코로나 뿌린다" 악성 댓글도 #학교측, 심리상담도 준비..축구스타 혼다 "사죄할 필요 없다" 격려

시마네현 마쓰에시 쇼난고교 축구부. [유튜브 캡쳐]

시마네현 마쓰에시 쇼난고교 축구부. [유튜브 캡쳐]

요미우리에 따르면 시마네(島根)현 마쓰에(松江)시에 있는 릿쇼(立正)대 쇼난(湘南) 고등학교에는 지난 9일 이후 ‘일본을 떠나라’는 등 학생들을 비난하는 전화가 80건 이상 걸려왔다. 이 학교 운동부 학생들이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코로나19를 집단으로 퍼뜨렸다는 게 이유다. 비난의 화살이 집중된 해당 학교 축구부 선수와 교사 등 100여명은 지난 8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쇼난 고등학교가 학교 측의 미흡한 대책을 사과하면서 “학생들에겐 잘못이 없다”고 강조했지만 이들을 향한 비난은 계속됐다. 해당 학교 블로그에 실린 부원들의 사진을 퍼간 뒤 “마스크도 쓰지 않은 채 코로나를 뿌려대고 있다”고 악성 댓글을 다는 식이다.

나라(奈良)현 덴리대(天理大) 럭비부, 도쿄의 일본체육대 레슬링부, 후쿠오카(福岡)현 오무타(大牟田) 고등학교 등에서도 학교 관련 집단 감염이 발생해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학생들이 정신적 충격을 호소할 만큼 비난의 수위가 높아지자 학교 등 교육 당국은 악성 댓글과의 전쟁에 나서는 한편 심리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쇼난 고등학교는 인권침해를 이유로 학생들의 사진을 퍼간 사이트의 사진을 삭제해줄 것을 지방 법무국에 요청했다.

미에(三重)현 교육위원회는 지난 5월 중순부터 전문업체를 고용해 악성 댓글이 발견되면 해당 학교에 통보하는 시스템을 갖췄다. 쇼난 고등학교는 시마네현 심리사협회와 협조해 학생들에 대한 상담을 실시하기도 했다.

학생들을 희생양 삼으려는 비난 여론에 자성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고 요미우리는 전했다. 혼다 케이스케(本田圭佑) 일본 전 축구 대표팀 선수는 자신의 트위터에 “축구부 여러분, 코로나19 감염에 관해 사죄할 필요가 없다. 다시 나으면 꿈을 향해 힘내라”는 격려 메시지를 남겼다.

임상 심리사인 후지이 야스시(藤井靖) 메이세이(明星)대 교수는 요미우리신문에 “사람들은 코로나19로 축적된 울분을 알기 쉬운 상대를 공격하는 것으로 풀려한다”며 “비난 받는 학생 입장에선 열심히 해온 운동부 활동을 부정당하는 건 자신의 인격을 모두 부정당한 것처럼 느끼게 돼 트라우마로 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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