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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세는 빈자만 때렸다…소득하위 20%, 상위 80%보다 많이 낸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20일 서울시내 한 부동산 공인중개사 사무소. 뉴스1

지난 20일 서울시내 한 부동산 공인중개사 사무소. 뉴스1

올해 2분기 소득 하위 20%에 해당하는 1분위 가구는 월세 등 실제 주거비 지출로 월평균 9만 1717원을 쓴 것으로 조사됐다. 소득분위 상위 계층보다 실제주거비를 더 많이 지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11년 만에 월세지출 역전현상

24일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2분기 1분위 가구의 월세 등 실제주거비 지출은 지난해보다 13.8%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자가나 전세 등으로 월세살이를 하지 않는 가구까지 포함한 금액으로, 실제 월세 가구의 지출액은 이보다 훨씬 높다.

소득분위별 실제주거비 증감률은 2분위 가구의 경우 지난해보다 13.3% 늘었다. 3분위는 -18.0%로 지난해보다 실제주거비 지출이 줄었다. 4분위는 6.8% 늘었고, 가장 소득이 많은 5분위 계층은 -19.2%로 나타났다.

금액별로 따져봐도 1분위 계층의 실제주거비는 나머지 상위 분위에 해당하는 가구보다 더 높게 나타났다. 1분위의 실제주거비는 2분위 가구(9만1549원)보다 근소하게 많았고, 3분위(7만2123원), 4분위(6만5809원), 5분위(7만3387원)보다도 높았다. 1분위 가구의 월세지출이 상위 가구들을 넘어선 것은 2009년 2분기 이후 11년 만에 처음이다. 전체 가구의 월평균 실제주거비 지출은 7만8907원으로 집계돼 한 해 전보다 1.8%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분기 소득분위별 실제주거비 지출 현황. [자료 통계청]

2분기 소득분위별 실제주거비 지출 현황. [자료 통계청]

지난 5일 서울 송파구 부동산중개업소 매물 정보란이 전셋값 폭등 및 전세 품귀 현상으로 비어있다. 연합뉴스

지난 5일 서울 송파구 부동산중개업소 매물 정보란이 전셋값 폭등 및 전세 품귀 현상으로 비어있다. 연합뉴스

월세 오르고, 전세 전환에 영향

그동안 월세지출이 가장 많은 소득분위는 중위 계층으로 파악돼 왔다. 고소득층은 자가거주 경우가 많고, 저소득층은 월세로 살더라도 낮은 월세를 내는 가구가 많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9년 3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실제주거비 지출이 가장 컸던 계층도 소득 2분위였다. 그러나 올해 2분기에는 1분위 가구의 월세지출 증가율이 2분위(13.3%)보다 높게 나타나면서 역전 현상이 발생했다.

이러한 현상은 최근 월세 가격 상승뿐만 아니라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하는 사례가 많다는 점과 관련이 깊다. 실제주거비 지출에는 전세를 제외한 월세와 기타의제주거비가 포함되는데, 기타의제주거비는 무상주택 등에 거주할 때 내는 금액을 월 임대료로 가정한 것으로 극히 일부다. 실제주거비 지출의 대부분은 월세라는 의미다.

통계청 관계자는 "고소득층은 자가에 거주하는 경우가 많아 가구당 평균 주거비 지출은 저소득층보다 적게 나타나고는 한다"며 "최근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주거비 증가율이 높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통계청이 집계하는 월세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17년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마이너스였으나, 4∼5월에는 보합, 6∼7월에는 상승세로 집계됐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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