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美전문가들도 "김정은 위임통치? 측근들에 책임만 위임한 것"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김정은(왼쪽) 북한 국무위원장이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과 2018년 4월 27일 오전 판문점 평화의 집 2층 회담장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자리로 다가가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김정은(왼쪽) 북한 국무위원장이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과 2018년 4월 27일 오전 판문점 평화의 집 2층 회담장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자리로 다가가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북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측근들에 권한을 이양하고 있다는 국가정보원의 국회 보고에 미국 측 전문가들은 "실무 기능을 집행할 수 있는 재량을 둔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김 위원장이 북한 내 절대 권력자라는 점에는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 한미정책국장은 20일 미국의 소리(VOA)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이 측근들에게 권력을 나눠준 것이 아니라 책임만 위임한 것"이라며 "측근들에게 책임을 나눠준 것은 북한이 현재 여러 문제에 직면해 있다는 것을 인식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스나이더 국장은 "김 위원장이 모든 책임을 다 지고 있으면 상황이 잘 안 풀릴 경우 혼자 감수하게 될 위험이 크다"며 "따라서 실무 재량을 나눠주는 것은 김 위원장이 문제로부터 거리를 두려는 시도"라고 분석했다. 그는 김정은 위원장 통치 활동은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김정일 위원장 때에 비해 조직 투명성이 강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제니 타운 스팀슨 센터 연구원도 "김 위원장이 측근에게 권한을 주며 실패할 경우 책임을 지우는 것은 이미 상당 기간 보여준 통치스타일"이라며 "그 과정에서 이미 여러 고위 당국자들이 교체됐다"고 꼬집었다. 그는 "김정은 시대에 여러 다른 인물들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는 양상을 보였지만, 각자가 감수해야 하는 대가는 컸다'며 리용호 전 외무상 경질을 언급하기도 했다. 또 "김여정 역시 남북관계에서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그가 실제 얼마나 결정권을 가졌는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스티븐 노퍼 미국 코리아소사이어티 선임국장 겸 컬럼비아대 교수는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의 권한 위임이 일부 이루어졌다면, 이는 내부적으로 책임을 분산시키기 위함이며 외부적으로는 보여주기식 행보일 수 있다"며 "권한을 일부 위임하면서 잘못된 일에 대한 책임을 전가할 수 있고, (경제) 개혁을 위해 필요한 권한을 부여한 것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국정원은 20일 국회 업무보고에서 김 위원장이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등 측근들에게 권한을 이양하는 방식으로 '위임 통치'를 하고 있다고 보고하면서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이 다시 고개를 드는 등 파문이 일었다.

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