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지하차도 침수사고 때 시청 비운 변성완 시장대행 23일 경찰조사

중앙일보

입력

변성완 부산시장 권한대행. [사진 부산시]

변성완 부산시장 권한대행. [사진 부산시]

 지난달 23일 폭우로 3명이 사망한 부산 초량 지하차도 침수사고와 관련해 변성완 부산시장 권한대행이 경찰 소환 조사를 받는다.

부산경찰청 직무유기 혐의로 권 대행 비공개 소환 #지난달 23일 호우경보 발령 당시 권 대행 저녁자리 #시청 복귀 않고 관사로 퇴근…상황대책 회의 열리지 않아 #

 부산경찰청 초량 지하차도 사고 전담수사팀은 변 권한대행을 오는 23일 오후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라고 21일 밝혔다.

 전담수사팀은 이달 초부터 부산시 재난안전대책본부 직원들을 비롯해 시 고위급 간부인 시민안전실장까지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해왔다. 전담수사팀은 지난달 27일부터 수시로 부산시청을 찾아 폭우 대응 관련 자료를 확보해왔다. 부산시 담당자가 경찰의 자료 요구에 비교적 협조적으로 응해 시청 압수수색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시 관계자는 “경찰이 ‘호우경보 시 상황판단 회의나 대책회의를 개최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매뉴얼과 행정안전부가 지하차도 사고 전날 집중 호우 시 ‘단체장은 정위치 근무하라’고 내려보낸 공문 등 언론에서 제기한 의혹과 관련 자료 등을 확보해갔다"”고 말했다.

 경찰은 확보한 자료를 바탕으로 변 권한대행에 대한 직무유기 혐의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피의자 출석 요구 통보를 받은 변 권한대행은 별도의 입장을 밝히지 않을 것으로 알려져 소환조사는 비공개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부산시 관계자는 “사고 당일 변 권한대행은 시민안전실장 등에 전화를 걸어 호우에 철저하게 대비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며 “이후 관사에서도 재난 상황을 보고받고 대응해 문제가 없다. 범죄 혐의에 관한 구체적인 의심이 없는 상황에서 경찰이 소환조사를 하는 것은 수사권 남용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달 24일 부산 동구 초량 지하차도 사고 현장을 찾았을 때 변성완 부산시 권한대행(맨 왼쪽)이 동행한 모습. 연합뉴스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달 24일 부산 동구 초량 지하차도 사고 현장을 찾았을 때 변성완 부산시 권한대행(맨 왼쪽)이 동행한 모습. 연합뉴스

 변 권한대행은 지난달 23일 오후 8시 부산지역에 호우경보가 발효됐을 당시 시청을 비우고 외부인과 시청 인근 식당에서 저녁 자리를 가졌다. 변 권한대행은 저녁 자리에서 나온 뒤에도 시청으로 복귀하지 않고 관사로 이동했다. 변 권한대행의 부재로 당일 상황 대책회의는 열리지 않았다. 또 3명의 사망자 발생 직후에도 변 권한대행은 곧바로 현장에 나가지 않고 이튿날 현장에 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