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속 집이야기] '아버지'·'아메리칸 사이코'

중앙일보

입력

아파트를 개성있게 리모델링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제 발코니를 넓히는 것은 기본이고 어떻게 하면 더 특색있는 실내를 꾸밀지 관심을 쏟는다. 꽃무늬 직물이 화사한 가정적인 인테리어를 선호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미니멀리즘의 단순한 실내가 유행하기도 한다.

'아버지' 와 '아메리칸 사이코' 에서는 그런 의미에서 아주 상반되는 분위기의 인테리어 디자인을 구경할 수 있다.

소설을 영화화한 국산영화 '아버지' 에서는 평범한 아파트를 아늑한 주택분위기로 개조한 예를 볼 수 있다.

우선 평면 바닥을 개조해 거실과 부엌식당을 한 계단 차이가 있도록 만들었다. 또 거기에 맞춘 가구의 선택이나 소품의 배치도 우울한 영화의 줄거리에 비해 아늑하고 따뜻한 가정의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연출하고 있다.

공포 살인영화로 섬뜩한 미국 영화 '아메리칸 사이코' 에 나오는 아파트는 모더니즘 실내장식의 정수라고 할 수 있다.

영화 줄거리는 그로테스크하지만 실내장식만은 볼 만하다. 우선 철저한 흑백 실내에 절제된 장식과 가구배치가 돋보인다. 벽에 걸린 그림, 창가에 놓인 조각도 모두 흑백 대비로 이뤄져 있다.

또 욕실의 타일은 검은색, 욕조는 흰색이다. 부엌의 수납장이나 각종 기구도 모두 스테인리스의 철제로 만들어져 일관된 통일감을 노리고 있다.

거실에 놓인 까만 가죽의자는 미즈 반 데 로에가 디자인한 바르셀로나 의자로 모더니즘 가구의 대명사에 속한다.

특히 이 영화에서는 반복되는 살인장면에서 붉은 피가 흑백의 실내를 배경으로 더욱 자극적이다.

많은 영화에서 이상 성격을 가진 소유주의 주택이 모더니즘 계열의 실내로 디자인된 것도 재미있는 대목이다.

두 영화 모두 줄거리는 어둡지만 아파트를 어떻게 하면 더 개성있게 표현할까 고심할 때 참고하기에 적절한 인테리어 디자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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