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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가 싹쓸이 한 S&P500 최고치, 웃을 수만은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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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코로나19의 수혜기업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페이스북·애플·아마존·구글 로고.

코로나19의 수혜기업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페이스북·애플·아마존·구글 로고.

“월스트리트는 메인스트리트를 반영하지 못한다.”

5대 기술 기업이 지수 20% 차지 #198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S&P500 기업 올해 매출 -9.2% #“과도한 낙관으로 증시 과속 중”

파이낸셜타임스(FT)는 1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증시의 최고점 경신을 두고 이렇게 표현했다. 증시와 실물 경제 간 괴리가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메인스트리트(Main Street)는 전반적 실물경제를 일컫는다.

차트만 보면 잔칫집이다. 미국 뉴욕 증시 3대 지수 중 하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이 18일 전날보다 7.79포인트(0.23%) 오른 3389.78로 최고치를 경신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NASDAQ) 역시 전장보다 81.12포인트(0.73%) 오른 1만1210.84로 장을 마감했다. 그러나 이는 주식 시장의 양극화를 상징할 뿐, 전반적 경기 회복세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게 FT의 지적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을 딛고 기업 실적이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대개의 분석과 결이 다르다.

숫자에 답이 있다. S&P500과 나스닥의 최고치 경신을 견인한 것은 아마존·애플·알파벳(구글 모기업)·마이크로소프트(MS)·페이스북 같은 빅 테크 5대 기업이었다. FT는 “이 5대 기업이 S&P500 지수의 5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며 “이는 198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라고 분석했다.

S&P500은 신용평가기관인 S&P가 500대 우량 기업을 추려 뽑아낸 지수다. 500개 기업 중 빅 테크 5대 기업은 코로나19의 수혜자다. 특히 S&P500 시총 1위인 애플은 올해에만 60% 이상 상승하면서 ‘꿈의 시총’인 2조 달러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반면 다른 기업은 고전하고 있다. 코로나19가 미국에서 본격 확산하며 주식시장에 타격을 준 시점은 2월 19일 즈음인데, S&P500 소속 기업 중 40% 이상이 주가 하락 후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미 주식시장 활황, 빅테크 5대기업이 휩쓸고 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미 주식시장 활황, 빅테크 5대기업이 휩쓸고 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금융 데이터 전문 기업 팩트셋(FactSet)에 따르면 S&P500 지수에 속한 회사의 매출은 올해 평균 9.2% 떨어질 전망이다. 지난 5년간 연평균 매출은 3.7% 상승했다. 올해 평균인 -9.2%도 그나마 빅 테크 기업의 매출 상승에 힘입어 하락 폭이 줄어든 수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8일 “전년 대비 아마존의 매출은 40% 증가했지만 델타항공은 80%, 코카콜라는 28%가 떨어졌다”며 “코로나19로 인해 대부분의 기업이 강펀치를 연속으로 맞고 있지만, (빅 테크 등) 일부 기업은 승승장구하며 격차가 심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경향은 미국의 중앙은행 격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미국 연방정부가 전례 없는 돈 풀기에 나선 덕이 크다. 시중에 풀린 현금이 증시로 몰렸고, 그중에서도 코로나19에 강한 빅 테크에 집중됐기 때문이다. FT는 “지금의 증시 랠리는 Fed와 연방정부가 시장에 퍼부은 수조 달러 덕분”이라며 “Fed 덕에 유동성이 풍부해지고 돈 빌리기도 쉬워지면서 주식 시장에 돈이 몰렸다”고 풀이했다.

펀드매니지먼트 회사인 앨저의 수석 시장전략가인 브래드 뉴먼은 FT에 “실물 경제는 엄청난 타격을 입었으나 주식 시장은 그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현재 수치는 사상 최악의 양극화를 기록했으며, (주식 시장의) 승자와 패자 간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윌밍턴 트러스트의 수석 투자전략가인 메건 슈는 FT에 “지금 주식 시장은 과도한 낙관주의를 등에 업고 과속하는 느낌이 없지 않다”고 우려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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