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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靑, 뉴질랜드 외교관 성추행 의혹 직접 진상조사 나섰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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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대한호국단 회원들이 지난 4일 서울 외교부청사 앞에서 뉴질랜드 외교관 성추행 의혹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외교부의 대국민 사과와 뉴질랜드 정부의 송환 요구에 응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자유대한호국단 회원들이 지난 4일 서울 외교부청사 앞에서 뉴질랜드 외교관 성추행 의혹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외교부의 대국민 사과와 뉴질랜드 정부의 송환 요구에 응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2017년 뉴질랜드 한국대사관 재직시절 현지 직원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외교관 A씨 사건과 관련, 청와대가 외교부와는 별도로 진상 조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17일 확인됐다.

청와대 차원의 진상 조사는 일차적으로 이번 사건이 지난달 28일 문재인 대통령과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와의 정상 통화에서 등장해 파문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교부가 이번 사건의 처리와 관련, '제 식구 감싸기'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각에서 제기됨에 따라 이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실제 청와대는 이번 진상 조사에서 외교부가 어떻게 처음 이 사건을 인지하게 됐는지, A씨에 대한 징계 및 인사 조치가 적절했는지, 왜 정상 간 통화에서 이 문제가 제기됐는지에 대해 소명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외교부는 “A씨에 대한 징계 수위는 외부 법률 전문가의 조언에 따른 것”이라고 해명했다고 한다.

A씨는 2017년 말 현지 남자직원 B씨의 신체를 부적절하게 접촉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외교부에 따르면 당시 뉴질랜드 한국 대사관의 자체 조사에서 A씨는 구두 경고를 받았으나, 이후 본부 차원의 현지 감사에서 B씨가 재차 문제를 제기하자 A씨에 대한 징계 절차가 개시됐다.

당시 외교부는 A씨에 대해 감봉 1개월의 징계 처분을 내린 뒤 지난해 필리핀으로 발령냈다. A씨는 “징계 처분이 부당하다”고 문제를 제기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한다.

뉴질랜드 현지 언론 뉴스허브는 지난 달 한국 외교관 A씨가 2017년 말 현지 직원 B씨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뉴스허브 캡처]

뉴질랜드 현지 언론 뉴스허브는 지난 달 한국 외교관 A씨가 2017년 말 현지 직원 B씨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뉴스허브 캡처]

한국·뉴질랜드 정상 통화 이후 이 문제에 대한 국내외의 비판 여론이 들끓자 외교부는 지난 3일 필리핀에서 교민 담당 업무를 맡아온 A씨에게 17일까지 본국으로 돌아오라는 귀임 명령을 내렸다. 실제 A씨는 17일 귀국한 뒤 2주간의 자가 격리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A씨에 대한 추가 조사나 징계가 이뤄질지 여부에 대해 외교부는 현재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피해자의 진술이 변화한 측면이 있기 때문에 (추가 징계는) 예단할 수 없으며, 관련 규정을 따져봐야 한다”고만 말했다.

A씨 징계 이후 피해자 B씨가 뉴질랜드 경찰에 새로운 피해 사실을 신고했는데 이 부분에 대한 사실 여부를 확인한 뒤 A씨에 대한 추가 징계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필립 터너 주한 뉴질랜드 대사가 지나 3일 한국 외교관의 성추행 의혹과 관련, 외교부 관계자를 면담하기 위해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필립 터너 주한 뉴질랜드 대사가 지나 3일 한국 외교관의 성추행 의혹과 관련, 외교부 관계자를 면담하기 위해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뉴질랜드가 향후 사법 경로로 A씨에 대한 수사를 요청할지도 관심사다. 외교부는 뉴질랜드 측이 정식 사법절차를 건너뛰고 정상 간 통화에서 이 문제를 제기한 데 대해 외교 경로를 통해 유감의 뜻을 표명했다.

한국과 뉴질랜드 사이에는 형사사법공조 조약(2000년 3월 발효)과 범죄인인도 조약(2002년 4월)이 체결돼 있는데 정부는 일단 국내에서 수사를 진행해 뉴질랜드 측에 이를 공유하는 형사사법공조가 적절한 해법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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