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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사랑] 미스터 굿바

중앙일보

입력

남성과학(andrology)을 진료과목으로 표방하는 비뇨기과 클리닉에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불끈불끈 솟아오르는 성욕이 성가셔서 그것을 약물로 진정시키려는 사람들이 가끔 찾아온다. 그런 사람 중에는 남성도 있지만 여성도 있다.

신혼인 아들 내외가 벌이는 성생활 사운드를 들으면 깊이 잠들었던 성욕이 각성, 꿈틀거리기 때문에 마음이 갈피를 못 잡고 산란해진다는 한 노령의 여성이 찾아온 일이 있었다.

남성의 경우에는 면학 중인 학생이나 종교인이 많은데, 그 치료법으로서 성욕의 원천인 남성 호르몬을 완화시키는 안드로젠 길항제를 투여한다. 그러면 대부분 충천하던 성욕은 진정되고 마음은 가을의 호수처럼 잔잔해진다.

하지만 여성의 경우에는 여성 호르몬이 성욕 유발인자가 아니므로 호르몬 길항제 사용은 통하지 않으면 단지 섹스를 하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이런 경우들을 당하면 애써서 성욕을 인공적으로 진정시키기보다 남녀간의 성적 접촉으로 그것을 해결하는, 외국에서 보는 싱글 바(single bar) 제도가 아쉽다.

누드 쇼 극장과 포르노 영화관들은 물론이고, 낯뜨거운 장면을 그린 포르노가 거리낌없이 진열된 포르노 숍, 그리고 남태평양 폴리네시언 여자로 분장한 창녀들이 손님의 주문대로 섹스, 심지어 난교까지도 제공하는 맛사지 펠러 등이 즐비한 환락의 도시 뉴욕에는 고독한 남녀를 위한 싱글 바가 여러 곳 성업 중이다.

특히 어퍼 웨스트사이드의 72번가에 있는 '코퍼 해치(copper hatch)'란 이름의 싱글 바는 성혁명을 주창한 소설 「미스터 굿바를 찾아서」의 주인공 테레사 단의 모델이 되었던 실존 인물이 단골 고객으로 자주 찾아왔다는 술집이다.

쥬디스 로스너의 소설과 영화에 의해 성혁명 시대의 새로운 여자의 심벌이 된 테레사는 낮이면 성실하고 내성적이고 사교가 서툰 초등학교 교사지만, 밤이 되면 싱글 바에서 남자를 찾아다니는 요부가 된다.

결국 그녀는 그런 이중적이고 방종한 생활 끝에 신원불명의 남자에게 살해되는데, 미스터 굿바의 바에는 그녀가 밤이면 갈망하던 페니스의 실제 모형이 현관에 걸려 있고, 그 작품 제목으로 '물건이 좋은 남자를 찾아서'라는 설명서가 붙어 있다.

즉 여자 쪽에서 그녀의 욕구를 채워주기에 족할 훌륭한 페니스를 가진 남자를 헌팅하러 다니게 된 시대를 로스너는 그려냈는데, 남자에게만 유리한 도덕의 2중 구조를 추방할 것을 목적하고 출발한 성혁명은 그 소설의 출현에 의해 하나의 귀결을 맞이했다고 말할 수 있다.

그 소설이 발표되기 전부터 뉴욕에는 이른바 싱글 바란 것이 여러 곳 있었다. 남자와 여자가 인스턴트 러브를 목적으로 혼자 와서 이성과 만나 사귀도록 계획된 바였다.

물론 바 자체는 본디 그런 목적으로 만들어 졌던 것은 아니다. 우리의 상식처럼 남자들을 위해서 생겨난 곳이었다. 그곳에 모든 도덕의 속박으로부터 해방된 여자들이 출입하게 된 것이 싱글 바의 시초였다.

따라서 그곳에서는 당연히 인스턴트 커플이 발생한다. 그것이 소문나기도 하고, 혹은 술집에서 의도적으로 소문내기도 해서, 주점은 남녀가 서로 파트너 사냥을 할 수 있는 장소로 유명해지고 그 방면에서 번성하기 시작했다.

싱글 바의 원조라고 불리는 것이 앞서 말한 '코퍼 해치'다. 로스너는 실제로 일어났던 살인 사건에서 힌트를 얻어 그 소설을 썼는데, 사건에서 살해된 여성이 거의 밤마다 이곳에 왔었다 한다. 그녀는 코퍼 해치로부터 한 집 건너편의 아파트에 살면서, 매일 밤 이곳을 찾아와 적당한 파트너를 구할 때까지 술을 퍼마셔댔다.

자유분방한 여성의 성을 소재로 한 「미스터 굿바를 찾아서」가 공전의 히트를 하자 코퍼 해치는 엄청난 손님들이 매일 밤 몰려들었다.

하룻밤의 파트너를 찾는 여자는 혼자서 찾아와서 카운터에 앉아 블러드 메리를 마시기 시작한다. 그의 행동을 바라보던 남자들 가운데 매혹을 느끼는 사람이 있으면 그녀 옆으로 다가가 말을 걸고 한 잔씩 주문하여 대화를 나눈다. 여성이 그 남성을 받아들이면 주점을 나가서 둘만의 진지한 시간을 가질 공간으로 사라진다고 하는 것이 싱글 바의 데이트 메커니즘이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우리나라는 고독한 남녀의 메이크 러브를 위한 이런 사회적 장치가 전무한 형편이다.

[참조: ECONOMIST 58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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